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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뉴욕 배경 20대女들 성장담… 흑백 화면 노스탤지어 자극

입력 | 2014-07-10 03:00:00

‘프란시스 하’




주인공 프란시스 역의 그레타 거위그(오른쪽)와 소피 역의 미키 섬너.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27세의 여성 프란시스(그레타 거위그)는 뉴욕의 한 무용단 연습생이다. ‘무용계 정복’ 같은 거창한 꿈을 꾸지만 현실은 늘 대역에 머물며 매달 월세를 고민하는 처지다. 그는 출판사에서 일하는 단짝 친구 소피(미키 섬너)와 브루클린의 작은 아파트에 산다. “섹스 안 하는 레즈비언 커플”처럼 보일 만큼 절친했던 두 사람의 관계도 점차 틀어지기 시작한다. 프란시스가 남자친구와 헤어진 날 소피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 살겠다며 독립을 선언한다. 뉴욕에서 당장 혼자 부담해야 할 월세 걱정부터 무용단에서의 불안한 지위까지 세상은 프란시스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17일 개봉하는 ‘프란시스 하’는 사랑과 우정, 직업까지 뭐 하나 변변치 못한 20대 후반 여성의 성장담을 그린 영화다. 주인공 프란시스는 마치 뉴욕 어딘가(혹은 서울 홍익대 즈음?)에서 실제로 살고 있을 것같이 실감나는 캐릭터다. 늘 집안은 엉망진창이지만 거울 보길 좋아하고, “부자 아니면 예술을 못한다”는 뉴욕에 살면서 그다지 비전도 보이지 않는 무용을 포기하지 않는 고집도 있다.

소규모 스태프가 제작한 저예산 영화지만 생생한 캐릭터와 배우들의 호연 덕에 86분의 상영시간이 꽉 찬 느낌이다. 없는 형편에도 불구하고 데이트에서 ‘개념’ 있는 여성답게 식사 비용을 지불하려 하지만 마침 그 카드가 지급정지 상태라거나, 나와 같은 취향이라 믿었던 ‘절친’이 고른 남친을 보고 실망하는 장면, 한때 ‘썸남’이었던 상대가 새로운 여친이 생긴 상황에서 쿨한 척 인사하며 헤어져야 하는 모습 등 남의 일 같지 않은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영화의 배경은 2010년 뉴욕인데 흑백 화면, 다큐멘터리 같은 촬영 기법을 사용해 보고 있으면 ‘줄 앤 짐’ 같은 1960년대 누벨바그 영화가 떠오른다. 뉴욕에서 나고 자란 노어 바움바흐 감독은 “뉴욕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었다”면서 “동시대 젊은이의 이야기지만 노스탤지어를 심어줄 수 있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톤은 담담하지만 프란시스를 포함한 등장인물들은 무척 사랑스럽다. 우리도 한때 프란시스나 그의 친구 소피와 같은 시기를 보낸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시절을 함께 보냈던 옛 친구와 나누고 싶은 영화다. 15세 이상.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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