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프 라메트, ‘비이성적 걸음’, 2003년
먼저 그의 사진 작품 속에는 중력을 거스르거나 시공간을 초월하는 슈퍼맨이 등장한다. 초능력의 남자는 검은 양복, 흰 와이셔츠, 넥타이를 맨 단정한 차림으로 야자수 나무기둥에 발을 딛고 90도로 서 있거나 바다 위를 걸어가고, 깊은 바닷속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놀랍게도 사진 속의 모델은 예술가 자신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초능력의 사나이로 변신하는 비결인데 그는 초능력을 구현할 수 있는 기구들을 개발해 직접 사용한다. 즉, 작품의 콘셉트가 합리적인 방식으로 비합리적인 장면을 연출한 과정을 촬영하는 것이다. 왜 스스로 모델이 되어 자신의 몸을 실험의 도구로 삼는 엉뚱한 짓을 벌이는 것일까?
‘생텍쥐페리는 훌륭한 어른이란 다른 어른들이 아는 것을 전부 알면서도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솔직하고도 용감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비행기처럼 무거운 기계가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는지 신기해하고 구름의 모양에 감탄하며 바보 같은 말에도 웃음을 터뜨리며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는 어른이다. 그런 어른들만이 삶이라는 진정 놀라운 것에 감탄하고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오늘만은 세월 속에 묻힌 호기심, 흥미, 감성을 복원해 삶에 감탄하는 아이 같은 어른이 되어 보기.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