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릴로 프린치프/헨리크 레르 지음·오숙은 옮김/232쪽·1만9800원·문학동네
이 책은 당시 시대상과 프린치프의 행적을 판화와 같은 세밀한 펜으로 구성한 그래픽 노블이다. 1차 대전 때의 동유럽의 문화와 환경, 그 속의 사람들의 삶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프린치프는 사라예보 사건의 장본인으로 세계대전의 원흉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그의 삶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저자는 19세 청년이던 그가 왜 극단적인 행동을 했는지, 필연적 요소는 없는지 등을 디테일한 묘사로 풀어낸다.
저격 후 검거된 프린치프는 20세 미만인 나이 탓에 법률상 사형 선고를 면하고 20년 징역을 선고받는다. 그리고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18년 4월 수용소에서 영양실조와 결핵으로 사망한다. 사후 세르비아의 국민영웅으로 추앙받는 그는 수용소에서 “너 때문에 세계대전이 일어났다”고 추궁하는 간수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방아쇠를 당겼을 뿐입니다. 어느 누구도 혼자서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지 못해요. 어차피 전쟁은 일어났을 겁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