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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희 기자의 숨은 서울찾기]종로 숭인동 ‘동묘 벼룩시장’

입력 | 2014-06-20 03:00:00


“없는 게 없네.” 서울에서 가장 규모가 큰 벼룩시장인 종로구 숭인동 ‘동묘 벼룩시장’ 풍경이 정겹다. 이곳은 주말이면 600여 개 좌판이 늘어서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한 노인이 전기 공구를 팔고 있는 좌판을 구경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yeon72@donga.com

장선희 기자

‘1000원’짜리 한 장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은 얼마나 될까. 바닥에 쌓아둔 티셔츠 더미를 헤집다 보면 멀쩡한 옷을 500원에 건질 수 있고, 좌판에선 꽤 쓸 만한 도자기 화분이 단돈 1000원에 판매되는 곳이 있다.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동묘 벼룩시장’ 얘기다. 동묘 벼룩시장에선 커피 한잔 값도 안 되는 돈으로 물건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 사이에선 ‘중장년층의 홍대’로 불린다. 젊은이 사이에선 얼마 전 가수 지드래곤과 개그맨 정형돈이 코믹한 뮤직비디오 ‘삐딱하게-동묘 버전’을 촬영한 장소로 인기를 모았다.

동묘공원 담벼락을 따라 펼쳐진 벼룩시장에는 평일에는 약 300개, 주말에는 600개의 좌판이 선다. 파는 물건들은 각양각색이다. 누군가 입었던 것 같은 중고 브래지어부터 밥그릇, 낡은 선풍기까지 말 그대로 없는 게 없다.

‘잡동사니’라고 매직으로 휘갈겨 쓴 종이간판을 세워놓은 몇몇 좌판에서는 손톱깎이, 모자, 낚싯대 등 온갖 물건을 판다. 손님을 따라다니며 칭찬을 늘어놓거나 끊임없이 제품을 설명하는 ‘친절서비스 과잉’ 시대에 살고 있어서일까. 벼룩시장에서 ‘사거나 말거나’ 무관심한 표정을 짓고 있는 좌판 주인들이 오히려 정겹게 느껴진다. 그 흔한 가격표도 없어 물건값은 흥정하기 나름이다.

이곳은 조선시대 때부터 내려온 장터 자리에 청계천 복원으로 갈 곳 없어진 황학동 벼룩시장의 상인들이 더해져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오랜 역사를 증명해 보이듯 시장 곳곳에 펼쳐진 좌판에서 각종 골동품과 1970년대 텔레비전, 옛날 가수 음반, 헌책 등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옛 추억이 주머니에 한가득 쌓인 것만 같다. 지하철 1·6호선 동묘앞역 3번 출구에서 동묘공원 방면으로 걸어가면 된다. 가족의 주말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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