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중앙일보 재직 시절 쓴 칼럼에 대해 사과함으로써 언론인 스스로 논평의 자유를 제한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관련 칼럼에서 “공인으로서의 행동이 적절치 못했다”고 쓴 데 대해 “유족들과 국민께 불편한 감정을 갖게 해드렸다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관련해 “비자금 조성과 해외 재산 도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고 쓴 데 대해선 “가족과 그분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서운한 감정을 갖게 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은 사실 논란과 관련 없는 순전한 논평의 영역에 속한 것이다. 논평은 비판이다. 비판받는 쪽은 서운하기 마련이다. 어느 사회도 자살에 호의적이지 않다. 이를 비판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범주의 논평일뿐더러 지극히 정상적인 논평이다. 그런데도 주필까지 지낸 사람이 ‘표현의 미숙함’ 운운하며 논지를 흐리는 것은 직필(直筆)을 곡필(曲筆)로 바꾸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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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