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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비용 늘고 경쟁사에 쫓기고… 포스코 ‘시련의 계절’

입력 | 2014-06-16 03:00:00

국내서 신용등급 잇달아 강등
대규모 투자로 재무안정성 빨간불… 철강수요 부진-현대제철 약진 겹쳐
포스코 “지분매각 등 신용회복 총력”




포스코 신용등급에 ‘빨간 불’이 켜졌다. 2011년 이후 무디스, 피치, S&P 등 해외 신용평가회사들로부터 잇따라 신용등급 강등 조치를 당했던 포스코가 최근 국내에서도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가 11일 포스코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안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한 단계 낮췄다. 포스코가 국내에서 신용등급이 최고 등급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94년 이후 20년 만이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와 나이스신용평가(나이스신평)도 13일 포스코 신용등급 전망을 나란히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꿔 추후 하향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 출구가 보이지 않아

한기평은 포스코 신용등급 조정 보고서를 통해 “철강시황 둔화와 공급 과잉에 따른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낮아진 것이 신용등급 조정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신평은 포스코 신용등급 전망 보고서에서 “대규모 투자로 재무부담이 확대됐으나 투자 효과 창출이 지연돼 재무 안정성 회복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주로 감안했다”고 밝혔다. 나이스신평도 “자체적으로 분석한 ‘EBITDA/금융비용’ 지표가 2008년 이전 50배 이상에서 2009∼2013년 평균 16.5배로 하락해 금융비용 충당 능력이 저하된 상황”이라는 점을 전망 수정의 근거로 댔다.

중국발 철강시장 공급 과잉과 조선, 건설 등 주요 철강 수요 산업의 부진은 포스코에 대한 어두운 전망의 또 다른 배경이다. 한신평은 “올해 세계경기는 지난해보다 다소 회복될 전망이지만 국내 철강산업의 공급 과잉 구조를 감안하면 포스코의 수익성 개선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기평도 이런 이유로 “올해 포스코의 영업현금창출(OCF) 규모는 2012, 2013년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 국내에서 독점적 지위 상실

국내 시장에서 포스코가 강력한 경쟁자를 만난 것도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제3고로를 완공한 현대제철이 포스코와의 ‘정면 승부’를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 심화는 포스코의 시장점유율 하락은 물론이고 자동차, 조선 등 주요 고객들과의 납품가격 협상에서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이스신평은 “포스코는 2009년까지 국내 유일의 일관제철기업으로 조강 생산능력 기준 64% 내외의 점유율을 바탕으로 시장지배력을 유지해 왔다”며 “그러나 2010년 이후 독보적 수준이었던 경쟁 지위가 다소 약화되는 양상”라고 진단했다.

포스코의 국내 신용등급 하락이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들이 포스코에 대해 국내보다 7∼8단계 아래 등급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포스코 신용등급 강등…역사적인 날’이라는 보고서에서 “포스코가 태생이 공기업인 데다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특징이 (국내 신용평가회사들로 하여금) 등급 강등을 머뭇거리게 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스코도 바빠졌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19일 기업설명회(IR)에서 “2016년 국제 신용등급 ‘A’를 회복하겠다”는 중기 목표를 내놓은 바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계열사 기업공개(IPO)와 지분 매각 등 2014∼2016년 세부 경영계획은 모두 신용등급 회복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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