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전문가들 “서남극 해빙 심각한 수준” 경고 염도 낮아지며 식물성 플랑크톤 증가
서남극 아문센 해 빙하가 무서운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 전 세계 극지 연구 석학들은 한목소리로 “남극 빙하가 지금처럼 계속 녹을 경우 다음 세대는 해수면 상승에 따른 전 지구적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동아일보DB
NASA는 “남극 서쪽 바다를 타고 올라가는 따뜻한 해류가 빙하 하부를 녹여 붕괴를 촉진시키고 있다”면서 “200년 안에 아문센 해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1.2m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 오존 농도 감소하니 빙하 붕괴도 빨라져
존 터너 영국 남극조사국(BAS) 박사는 “남극 바람의 세기도 해빙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남극에는 중위도 지역에 형성된 고기압과 남극 지역에 형성된 저기압의 차이로 발생한 서풍이 시계 방향으로 대륙을 감싸면서 분다.
그런데 최근 수십 년간 프레온가스 등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면서 남극 상공의 오존 농도가 감소했고 이에 따라 남극에 형성되는 저기압의 세력이 강해졌다. 이 때문에 중위도 지역과의 기압 차가 커져 남극을 순환하는 바람의 세기도 1979년에 비해 15∼20% 커졌다. 특히 아문센 해 저기압(ASL)이라고 불리는 서남극 연안 저기압의 세력이 유달리 강해졌다. 터너 박사는 “ASL의 세력이 커지면서 서남극으로 따뜻한 공기가 더 많이 유입돼 남극 중에서도 아문센 해 등 서쪽의 빙하가 빨리 녹고 있다”고 밝혔다.
○ 해빙으로 염분 낮아져 식물성 플랑크톤 증가
해빙수가 다량 유입되면서 남극 바다 생태계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 오스카 스코필드 미 럿거스대 교수팀은 2011년부터 아문센 해에 무인 수중 글라이더를 투입해 생태계 변화를 조사하고 있다. 어뢰처럼 생긴 글라이더는 최대 1.5km 심해까지 내려가 각종 데이터를 수집해 전송한다. 스코필드 교수는 “해빙수의 영향으로 바닷물의 염도가 낮아지면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늘었다”고 말했다.
극지연은 빙하가 떠다니는 아문센 해역을 쇄빙선 아라온호로 뚫고 다니며 해양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아문센 해와 가까운 서쪽의 세종기지와 올해 2월 준공한 동남쪽의 장보고과학기지에서 각각 데이터를 측정해 남극의 기후 변화를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김성중 책임연구원은 “기후 변화가 전 지구적인 문제로 인식되는 만큼 우리나라의 남극 탐사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전준범 동아사이언스 기자 bbe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