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세계서 가장 안전한 일터’ 자리매김한 듀폰
듀폰코리아는 자체 방재 역량을 키우기 위해 매년 ER팀 주도로 모의훈련을 실시한다. 2012년 8월 28일 울산에 있는 듀폰코리아 생산공장 인근의 한 창고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누출된 상황을 가정해 ER팀이 모의훈련을 하고 있다. 화학물질 보호복을 입은 팀원들이 유독가스용 압착패드와 로프를 사용해 탱크의 훼손 부위를 막고 있다. 듀폰코리아 제공
사고가 발생하면 외부 방재전문 인력이 산업 현장에서 벌어진 화학물질 관련 사고에 투입된다. 외부 전문가들은 한 가지 공통적인 어려움에 직면한다. 바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소방관, 경찰 등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들이 사고를 촉발시킨 화학물질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모른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화학물질 수는 4만 종을 넘는다. 아무리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 해도 그 많은 화학물질 정보를 방재당국이 일일이 꿰고 있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선도적 기업은 방재의 1차 책임은 방재당국이 아니라 해당 물질을 취급하는 제조사가 져야 한다고 판단하고 강도 높은 예방 및 사고 대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한국 기업은 사고 대처나 예방과 관련한 훈련을 사전에 실시하지 않아 피해를 키우고 있다.
○ 사고를 직접 수습할 수 있는 방재 역량 개발
전 세계 90여 개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기업 듀폰은 생산공장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ER 프로그램에 따라 방재 관련 교육 및 모의훈련을 한다. 듀폰코리아 역시 1990년 울산에서 공장 가동을 시작한 후 지난 20여 년간 매년 한 차례씩 빠짐없이 모의훈련을 해왔다. 현재 듀폰코리아 ER팀은 전체 직원의 약 4%에 해당하는 18명이 소속돼 있다. 팀장은 1년 내내 방재 업무만 전담하고, 나머지 17명의 팀원은 평상시엔 듀폰코리아 서울본사에서 영업·마케팅 업무를 하거나 울산 생산공장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정기적으로 훈련에 참가한다. 대개 1년에 3∼5일 일정으로 집중 교육을 한 후 마지막 날 실제 모의훈련을 한다.
눈여겨볼 점은 ER 프로그램은 팀원들이 실제 사고 발생 시 방재 작업에 투입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는 걸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듀폰코리아에선 한 벌에 200만 원 이상 하는 화학물질 보호복은 물론이고 대당 500만∼1000만 원대에 달하는 방재 관련 장비를 직접 구비해 놓고 모의훈련을 하고 있다.
○ 체계적인 프로그램에 따라 방재 교육 실시
○ 모의훈련 통해 실전 대응 역량 개발
모의훈련은 전 세계 듀폰 사업장마다 취급하는 화학물질의 특성에 따라 프로그램을 달리 한다. 듀폰코리아에선 크게 화학물질 누출 사고, 화재, 공정 중에 발생할 수 있는 폭발 사고 등 세 가지로 위기 상황을 나눈다. 이를 다시 사업장 내 관리 미숙, 운송 시 발생한 돌발사고, 입출고 과정에서의 위험, 창고 보관 시 문제 등 사업장 안팎의 여러 사고 발생 가능 지점에 따라 재분류한 뒤 매년 시나리오를 달리해 모의훈련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작년에는 울산 생산공장 안에서 유독물질이 누출된 상황을 가정하고 모의훈련을 했고 재작년엔 사업장 밖인 인근 창고에서 유해물질이 누출된 상황을 상정해 훈련을 했다. 3년 전엔 충북 진천에 있는 창고에서 도료 제품을 하역하다 페인트가 대량으로 누출되는 사고를 수습하는 훈련도 진행했다. 모의훈련이 끝난 후엔 팀원들이 모두 모여 1∼2시간 사후 점검 회의를 갖고 모의훈련 점검 보고서를 작성해 사장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 가장 중요한 건 최고경영자의 의지
듀폰의 창업자인 엘뢰테르 이레네 듀폰은 “모든 사고는 예방이 가능하며 안전에 대한 책임은 관리자에게 있다”고 믿었다. 이런 믿음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그는 살아생전 “최고경영자가 먼저 작동해 보지 않은 공장에는 어떤 종업원도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한다.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당연히 제공해야 할 조건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