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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임용 단짝’ 곁으로…

입력 | 2014-05-21 03:00:00

실종 한달만에… 故전수영 단원고 교사 애달픈 사연




초임교사로서 단원고에 함께 부임해 ‘절친’이 된 교사 전수영 씨(오른쪽)와 최혜정 씨. 전수영 씨 모친 제공

“(1학년) 6반에서 제일 마음이 여린 쌤(선생님).” “가장 귀여우신 전수영 쌤∼.”

임용고시를 통과하고 처음 교편을 잡고 맞이한 지난해 5월 15일 ‘스승의 날’. 경기 안산 단원고 교사 전수영 씨(25·여)가 담임을 맡았던 1학년 6반 제자들이 칠판에 적은 글이다. 이 제자들이 좋아 올해 2학년 담임을 자임했던 전 씨는 세월호 침몰 당시 마지막 순간까지 제자들을 위해 자신을 헌신한 진정한 ‘쌤’이었다.

20일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전 씨의 어머니는 “배가 침몰할 때 딸이 전화로 ‘애들은 모두 구명조끼를 입혔어. 엄마 미안해. 학부모들에게 전화해야 해’라고 했다. (통화를 하며) 딸이 구명조끼를 (학생들에게) 양보했다는 걸 직감했다”고 말했다. 고인은 구조대가 발견했을 당시 구명조끼가 없는 상태였다.

전 씨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교사 최혜정 씨(24·여)와 절친한 사이였다. 둘은 지난해 3월 같은 학교에서 처음 교편을 잡고 1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친분을 쌓았다. 첫 ‘사제의 연’을 맺은 1학년 제자들을 맡아 올해까지 담임을 했다. 안타깝게도 두 교사는 제자들을 구하다 유명을 달리한 것까지 닮았다. 최 씨는 사고 이튿날인 4월 17일 세월호 침몰 지역 인근 바다에서, 전 씨는 이달 19일 세월호 3층 식당과 주방 사이에서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전 씨의 유가족은 “전 씨와 최 씨가 각별한 사이였다”고 기억했다. 전 씨의 외삼촌은 “둘이 함께 부임해 같은 학년 담임을 맡는 등 상황이 비슷해 친했다. 학부모들이 두 선생이 ‘절친’이라는 걸 알고 있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전 씨는 외할아버지, 어머니도 교편을 잡았던 교육자 집안 출신이다. 이런 영향으로 그는 항상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재미있고 보람 있다”고 말하곤 했다. 전 씨의 어머니는 “임용고시 3차 시험에 응시하기 전 내 앞에서 시범 강의를 하던 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아이 같았던 딸이 교사가 됐다는 게 기특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 씨의 어머니는 딸이 중학교 2학년 때 줬던 선물을 잊지 못한다. 딸이 중학교 2학년 때 스승의 날을 맞아 어머니에게 선물하겠다며 흰색,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 분필을 빻아 총 10가지 색 분필을 만들어준 것이다. 어머니는 “내가 국사 선생님이었는데 이 분필을 들고 칠판에 필기를 하며 아이들에게 얼마나 자랑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전 씨의 아버지는 산업통상자원부 전제구 남북경협팀장이다. 사고 직후 전남 진도군에 남아 있던 그는 19일 딸의 지문을 확인한 뒤 아내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연락했다. 아버지도 딸을 수습하고는 링거를 맞을 정도로 충격이 컸다고 한다.

전 씨의 페이스북에는 지난해 임용고시에 합격한 뒤의 심경을 이렇게 적었다. “임용합격했어요. ㅠ.ㅠ 항상 학생을 생각하는 선생님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임현석 기자 i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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