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로 가는 제멋대로 펜/문훈 글·그림/256쪽·2만8000원·스윙밴드
‘달로 가는 제멋대로 펜’은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즐거움을 덧붙인 그림책이다. 독자가 ‘제멋대로’ 뒤적이며 즐거운 공상에 빠지도록 유혹한다. 스윙밴드 제공
왼쪽 묶음에서 하나하나 드러나는 건 인체 해부도 뺨치도록 세밀하게 그려낸 기기묘묘한 펜화 120점이다. 오른쪽 묶음에는 책을 위해 추려낸 그림을 보면서 저자가 새로 쓴 메모를 한국어와 영어로 인쇄했다.
양쪽 페이지를 계속 동시에 넘기면서 읽어나갈지, 그림만 죽 보다가 궁금한 글을 뒤적여 읽을지, 글부터 훑다가 눈길 잡는 구절에 멈춰 자신이 상상한 이미지와 작가의 그림을 비교해 볼지, 독자의 자유다.
건물 그림은 3분의 2 정도다. 어느 별엔가 주차해놓은 듯한 우주선 단면도, 제주도 여행 플로차트, 행복했던 점심 한 상의 상세도…. 건축이 그저 ‘집 짓는 일’만이 아님을 보여주는, 빼곡한 삶의 기록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