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현 KAIST 경영대 초빙교수
중앙정부 공무원만 60만 명이고, 모든 공무원과 공공기관을 합치면 수백만 명이 되는 이 거대한 조직을 바꾼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현재 관료제도의 핵심적인 문제는 현장에서 일하는 기관장들이 너무나 무력하고 책임감이 없다는 점이다.
어느 사이에 장관이 대통령 지시 사항을 열심히 메모해 부처에 전달하는 사람으로 격하되다 보니, 그 아래 공무원들은 줄줄이 위만 쳐다보는 허수아비가 된 것이다. 관료제도 개혁의 방향은 일선의 관리자가 책임을 지고 일을 하도록 권한을 주고 동시에 그 공과에 대해 응분의 보상을 하는 것이어야 한다. 적어도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제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정부도 작은 조직들이 여러 가지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영되면 좋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 권한을 더 위양하고, 중앙정부에서도 개별 부처에 더 많은 권한을 주어야 한다. 공무원 채용도 부처에 권한을 주는 변화가 필요하다. 재정과 공무원 인사를 행정부의 두 부서가 독점하는 구조가 변해야 한다.
둘째로는 공무원 임용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소위 ‘행정고시’로 불리는 5급 공무원 임용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에 이 제도는 능력과 사명감을 가진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사회 전 계층에 입신의 기회를 주는 순기능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역기능이 더 많은 것 같다.
행시 출신 고위공무원들은 실적보다는 출신 배경에 따라 권력을 행사하고, 퇴임 후에는 관련 단체로 옮겨 노후까지 보장받고 있다. 사회는 이제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며, 출신 배경이 아니고 능력과 실적에 따라 승진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요구한다. ‘5급 공채’를 폐지하고, 고위공무원을 외부 채용하는 개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문제는 이 제도를 지금 도입하더라도 그 효과가 20년 후에나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다.
셋째는 고위공직자의 임기를 늘려야 한다. 지금처럼 장차관의 평균 재임 기간이 1년 정도이면 부서를 장악하기도 힘들고, 공과를 물을 수도 없다. 일을 시작하는 사람과 마무리하는 사람이 다르다 보니 업적평가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장관 임기가 최소한 대통령 임기의 반은 되어야 한다.
관료시스템은 수십 년 동안 제도가 고착되어 왔기 때문에 개혁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외환위기 때 사회 각 분야가 바뀌었는데 관료들은 거의 책임도 지지 않고 바뀌지도 않았다. 이번에도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지만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봐야 한다.
정구현 KAIST 경영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