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승원, 석가모니 일대기 그린 ‘사람의 맨발’ 펴내
2000년대 들어 원효, 추사, 다산 같은 역사적 인물의 전기 소설을 잇달아 써온 소설가 한승원.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320쪽짜리 소설에서 싯다르타는 215쪽에 이르러서야 출가한다. 스물아홉 살 이후 80세에 열반에 들기까지는 100여 쪽에 압축됐다. 28일 열린 간담회에서 작가는 “신격화된 절대적 존재가 아니라 출가하기까지 고뇌를 거듭한 한 인간으로서 싯다르타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면서 고대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부터 인도 철학, 미술, 신화를 두루 공부했다. 쓰다가 막히면 전남 해남 대흥사 법인 스님에게 물었다. 소설의 3분의 2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졌다. “대다수 석가모니 전기는 득도 이후 부처로서의 삶만 집중 조명한다. 그가 왜 젊은 날에 출가를 하게 됐는지 그 의미를 소설로 풀어보려 했다. 싯다르타는 신의 뜻이라는 계급사회를 철폐하려는 혁신적인 생각으로 맨발의 무소유를 실천하려고 한 인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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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석가모니의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는 말은 인간의 오만이 아니라 절대고독에 대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석가모니는 자신이라는 섬 가운데 불을 밝히고 그 등불에 의지해 스스로 세상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나는 싯다르타, 정약용이 경험한 절대고독을 실천하기 위해 애쓴다. 그 결과가 서울을 버리고 전남 장흥 ‘해산토굴’에서 꾸준하게 글을 쓰는 이유다.”
작가는 소설 중 ‘작별 의식’이라는 장을 읽으면 목이 멘다고 했다. 싯다르타가 출가하기 전 금관, 식기, 촛대, 이불같이 가까이 두고 쓰던 것들과 작별을 고하는 대목이다.
“일흔을 훌쩍 넘기다 보니 몇 년 전부터 이별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이별한다고 생각하면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들꽃 한 송이도 아깝게 느껴진다. 출가는 한 번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것. 작가로서 나도 그만큼 삶을 안타까워하면서 더 진실되게 살려고 애쓰는 그런 골목에 들어서지 않았나 생각한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