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사회부 기자
특히나 사진 촬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공무원들이다. 회의실에서, 행사장에서 사진 촬영은 빠지지 않는 통과의례다. 공무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하는 것은 기록을 남긴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일이다. 문제는 기념과 기록의 구분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또 명목상 기록이지만 실제 내용은 기념인 경우도 많다.
20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안전행정부 고위 공무원의 ‘기념사진’ 촬영 논란이 벌어졌을 때 처음에는 의아했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는 태연히 사진을 찍었다. 물론 그가 진짜로 기념사진을 찍은 것인지, 아니면 현장 활동을 기록하려 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당시 극도로 예민했던 실종자 가족들의 상태를 감안할 때 어떤 목적의 사진이었든 부적절했던 것은 분명하다.
2002년으로 돌아갈 필요도 없다. 지금도 정부 부처 홈페이지의 ‘포토뉴스’ 난에는 온통 장관의 사진만 가득하다. 현장 행보에 나선 장관들이 ‘○○○ 장관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 아래 기념사진을 찍은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지방자치단체로 눈을 돌리면 더욱 심하다. 공직자 사진 촬영에는 별다른 규정이 없다. 한 지자체의 사진 담당 공무원은 “사실 사진 홍보에 특별한 매뉴얼은 없다. 그저 단체장의 동정에 철저히 맞출 뿐”이라고 말했다.
아마 이번 안행부 공무원의 ‘물의’ 탓에 앞으로 각종 현장에서 공무원들은 한층 몸을 사릴 것이다. 그렇다고 기록을 남기기 위한 사진 촬영까지 그만두면 안 된다. 정부의 부실한 초기 대응, 아무런 도움 없이 방치된 가족들, 협업은커녕 혼선만 빚는 공무원 등 세월호 참사에서 나타난 모든 일을 반드시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 이것마저 하지 않으면 또 다른 직무유기다.
이성호 사회부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