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원씨 안양파빌리온에 설치… 싼값에 책장-의자도 만들어 화제
안양파빌리온의 원형 벤치. 지름 7.2m인 대형 벤치는 신혜원 씨가 골판지를 이용해 만들었다. 신혜원 소장 제공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내야 해서 종이를 떠올렸어요. 싸고 가벼워 만들거나 운반하기 쉽죠. 또 소리를 흡수하는 효과까지 있어요. 제작과 설치에 두 달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올해 프리츠커상을 받은 일본의 ‘종이 건축가’ 반 시게루는 방수 방염 처리한 특수 종이로 건물을 짓는다. 신 소장이 도서관의 책걸상과 벤치를 만드는 데 쓴 종이는 흔히 구할 수 있는 1∼1.5cm 두께의 평범한 골판지다. 이 골판지로 가림막은 물론이고 단단한 책장과 의자까지 만들었다. 대형 원형 벤치는 골판지를 촘촘히 붙여 도넛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등받이 부분의 높이는 가장 편하게 앉을 수 있는 디자인을 고려해 등 받침과 앉는 각도를 계산해냈다. 벤치 안에 앉아 뒹굴면서, 혹은 벤치 밖이나 안에 앉아 책을 보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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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가 만들어진다는 건 무언가가 버려진다는 뜻이죠. 설치 작업이나 전시 기간이 끝나면 많은 폐기물이 나오는 것이 안타까워 골판지로 작업하게 됐어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건축가들은 신축 수요가 없어 공공 시설물 설계에 적극 참여해왔다. 신 소장은 서울 한강 나들목 설계에 참여하는 등 다수의 공공 프로젝트로 2013년 젊은 건축가상을 받았다.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통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공간을 모두 함께할 수 있는 장소로 바꿔보고 싶어요. 이런 시도로 사람들의 삶이 풍요로워진다면 금상첨화이겠지요.”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