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사로 묻힌 사건, 재소자가 폭로… 살인교사 재건축조합장 등 구속
“감히 조합장인 나를 해임하겠다고…. 어디 두고 보자.”
2004년 5월 초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한 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인 이모 씨(59)는 회의 때마다 대립해온 조합 감사 A 씨가 미웠다. A 씨는 “조합장이 무능해 재건축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다가 ‘조합장 해임결의안’까지 내놓았다. 이 씨는 A 씨를 혼내주기로 마음먹었다. 이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게임장 직원 오모 씨(47)에게 500만 원을 주기로 하고 ‘강도로 위장해 A 씨를 폭행해서 앞으로 조합 회의에 나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2004년 5월 11일 오 씨는 태권도 유단자인 지인 김모 씨(39)와 함께 A 씨의 집 앞에서 기다리다 오후 9시 10분경 귀가하던 A 씨의 머리를 뒤에서 돌멩이로 2차례 때린 뒤 도주했다.
하지만 검찰은 사건 발생 10년 만에 인천구치소에 수감된 한 재소자가 이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재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재소자를 설득해 진술을 받았고 이 씨의 통장에서 오 씨 등에게 현금 500만 원이 건네진 사실을 확인했다. 인천지검 강력부(부장 정규영)는 A 씨를 청부살해한 혐의로 이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오 씨와 김 씨도 공범으로 구속 기소했다.
A 씨의 부인은 남편이 숨진 뒤 중소기업에 다니며 어렵게 딸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최근 A 씨 부인에게 남편이 살해됐다는 사실을 통보하자 부인은 “오늘이 남편의 생일”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인천지검 김회종 2차장은 “사정이 어려운 유족을 위해 피해자지원센터와 연계해 생계비 1000만 원과 소송 지원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