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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왕따 시달린 美10대, 결국 세상 등져

입력 | 2014-03-28 03:00:00

[말이 세상을 바꿉니다]<3>키보드 위의 언어폭력
미국-유럽서도 사이버 폭력 심각




사이버 왕따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등 스마트폰 보유율이 높은 나라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가해자는 별생각 없이 행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피해자들은 심각할 경우 자살을 선택하기도 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플로리다에 살던 한 10대 소녀가 사이버왕따로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리베카 앤 세드윅 양(사망 당시 12세)은 2012년부터 자살할 때까지 거의 1년 동안 같은 학교 친구들로부터 사이버 왕따에 시달렸다. 학교 선배의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했던 게 화근이었다. 학교 선배와 친했던 친구 15명은 “넌 죽어야 해”, “왜 자살하지 않니”, “너는 정말 못생겼어”라는 메신저를 지긋지긋하게 보냈다. 결국 세드윅 양은 “더는 견딜 수 없어 건물에서 뛰어내리겠다”는 문자를 남자친구에게 보낸 뒤 건물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그래디 주드 보안관은 “집에서 발견된 일기장을 보면 그녀가 얼마나 절망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청소년 10명 중 2명이 사이버 왕따를 경험할 정도로 미국에서 사이버 왕따는 빈도가 늘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2011년 미국 사이버불링연구센터가 10∼18세 청소년 4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이버 왕따의 피해자가 되거나 가해자로 가담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20.8%였다.

유럽에서도 사이버 왕따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올 2월 사이버 폭력에 시달리던 10대 소녀가 고층빌딩에서 뛰어내렸다. 남자친구와 결별한 뒤 인터넷 상담 사이트에서 위로를 받으려고 했던 게 비극을 불렀다. 소녀가 자신의 사연을 올리자 익명의 ‘키보드 워리어’(상습적 악플러를 포함한 공격적 성향의 누리꾼)들이 “나가 죽어라”, “너는 비정상적이다”, “아무도 너 같은 애를 원하지 않는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영국 아동보호기구 차일드라인에 따르면 2012년 2410건이던 영국 내 사이버 왕따는 지난해 4507건으로 크게 늘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지난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까지 나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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