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학회, 의원입법 통한 ‘낙제점 규제’ 10가지 선정
법안에 따르면 △정부는 5급 사무관을 선발할 때 지방대생을 20% 이상 뽑고 △공공기관은 신규 채용 시 30% 이상, 청년인턴 채용 시에는 50% 이상 뽑아야 하며 △근로자가 300인 이상인 대기업은 3% 이상 뽑아야 한다.
취지는 좋지만 내용이 비현실적이어서 ‘전형적인 대선용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이 법안은 구체적 수치가 빠진 채 정부에서 대기업의 지역인재 채용비율을 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만 남아 작년 12월 말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규제 전문가들은 통과된 법에 대해서도 “채용과 인력 계획은 기업 자율의 영역이므로 국가가 개입할 필요성이 현저히 낮다”며 100점 만점에 25.93점을 줬다. 수우미양가로 치면 ‘가’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확대 ‘최하점’
규제학회는 올해 1월 1일까지 의원발의로 19대 국회를 통과한 법안을 전수조사한 뒤 전문가와 경제단체 등의 검토를 통해 문제의 소지가 있는 규제 75건을 평가 대상으로 정했다. 이후 평가단을 꾸려 △필요하고 정당성이 있는가 △편익이 비용보다 큰가 △규제의 수단이 적절한가 등 세 가지를 기준으로 규제의 질을 평가해 점수를 매겼다.
가장 점수가 낮았던 것은 대형마트와 준대규모 점포의 영업시간 제한을 ‘0시∼오전 8시까지’에서 ‘0시∼오전 10시까지’로 연장하는 규제였다. 작년 1월 의결돼 4월부터 시행 중인 이 규제는 100점 만점에 22.82점을 받았다. 평가단은 “소비자의 선택의 자유에 대한 극심한 제한을 가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도 쇼핑 시장의 상당한 축소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두 번째로 낮은 점수(23.14점)를 받은 규제는 중소기업에 사회적 책임 의무를 부과하고 정부가 실태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평가단은 “지역사회 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기업에 강제할 부분이 아니며 정부의 실태조사가 사실상 규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정치적 이유로 제안, 공청회도 안 거쳐
낮은 점수를 받은 규제 중에는 모든 사회적 문제를 법으로 해결하려는 ‘규제 만능주의’가 배경이 된 규제가 적지 않았다.
민주당 주승용 의원은 작년 10월 전문성을 높이겠다며 공인중개사가 개업을 할 때 실무수습교육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선의로 낸 법안이지만 평가단은 “규제 도입으로 기존 업체의 이익만을 보장할 가능성이 높기에 규제의 정당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구직자의 고충을 덜겠다며 채용 과정에서 구직자가 기업에 제출한 서류를 의무적으로 반환하도록 하는 법도 작년 말 생겼다. 규제학회는 “채용 과정은 기업과 구직자 간의 사적 자치의 영역이며 정부가 개입한다고 해도 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형마트를 세울 때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이 논의되던 2012년 11월 윤상직 당시 지식경제부 1차관은 법안소위에서 “유통산업발전법이 아니라 유통산업규제법으로 가는 게 차라리 낫겠다. 법 취지에서 너무 많이 벗어나고 있다”고 반대했지만 오히려 한 의원으로부터 “귀에 거슬린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장원재 peacechaos@donga.com·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