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계획의 2배 4840억 쏟아부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개관
DDP와 인근 유통업체 외부 전경. DDP 홈페이지
21일 서울 중구 을지로 제1평화시장 인근에서 노점상을 하는 김모 씨(50)는 “앞으로 수입이 나아질 것 같으냐”는 질문에 혀를 차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하는 ‘저런 거’는 옛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문을 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였다.
DDP는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꿈꾸며 이날 일반에 공개됐다. 2009년 4월 공사를 시작한 지 5년 만이다. 6만2692m²의 부지에 건물 외관 면적은 축구장(7140m²)의 4.6배가 넘는 3만3228m² 규모. 건물은 지하 3층, 지상 4층, 29m 높이로 4만5000여 장의 곡면 알루미늄 외장 패널로 덮어 ‘우주선’을 연상시켰다. 내부는 알림터 배움터 살림터 디자인장터 등 5개 시설, 15개 복합공간으로 전시·공연·패션쇼·컨벤션 공간으로 꾸며졌다.
서울시는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는 DDP의 개관으로 기존 동대문 상권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다. DDP 안에는 패션 잡화와 유명 브랜드 60여 개도 입점했다. 주변 유통상가와 겹치는 매장이나 일반 음식점 등은 제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DDP가 동대문 인근 의류 도소매 상가와 광장시장, 창신동 봉제거리와 연계한다면 20년간 13조 원에 달하는 생산·고용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동대문 상권은 36개 상가에 3만5000여 개의 상가가 입점한 국내 최대 상권 중 하나다. 10만 명 이상이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일하고 있다. 하루 유동인구만 100만 명에 달한다. DDP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동대문 상권의 대표적인 패션몰인 두타, 밀리오레, 롯데피트 등과 마주보고 있다.
그러나 동대문 지역 상권은 10년 가까이 침체돼 있다. 인근 중소형 쇼핑몰 공실률은 50%가 넘는다. 임차인을 찾지 못해 상가를 분양받은 투자자들은 권리금은커녕 매달 수십만 원의 관리비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동대문 상인들이 바라본 DDP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인근 쇼핑몰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 등 때문에 동대문 상권이 죽어 있었는데 DDP가 지역 명물이 되면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옷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아직 DDP가 뭐 하는 곳인지조차 모르는 상인이 많다. DDP 때문에 갑자기 매출이 늘어날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주장했다.
한 동대문 상인은 “DDP 측이 전시 수입만 챙기려 할 게 아니라 주변 상인들과 연계해 동대문 상권을 살리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