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마음의 생태학/김우창 지음/516쪽·2만7000원/김영사
최정단 씨 제공
동서양의 문사철을 넘나드는 저자의 사유는 이 우원한 작업을 우직하게 밀어붙인다. 우선 윤리의 근원을 두 갈래로 나눠 추적한다. 하나는 개인적 자율성을 추구하는 서양의 데카르트적 이성이다. 다른 하나는 공동체의 신념을 중시하는 동양적 의례의 사유다.
광고 로드중
그렇다면 윤리는 무엇에 토대해야 할까. 저자는 여기서 사건적 이성과 통합적 마음을 분리한다. 이성은 객관성을 지향하지만 주관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그래서 특정한 상황에서만 실효성을 획득하기에 ‘사건적’이다. 반면 마음은 특정 대상을 겨냥해 이를 의식화하지만 동시에 대상을 옮겨가며 계속 움직인다. 그래서 ‘통일적’이다.
“마음은 그 이중적 구조―한편으로 진리와 신념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그것을 뒷받침하는 마음의 능동적 움직임, 이 두 겹의 구조를 긴장과 조화 속에 유지할 수 있다.”
김우창은 이 긴장과 조화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데카르트적 이성과 동양적 지혜를 넘나들면 저울질을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선비들의 심학(心學)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부활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윤리적 보편성은 집단의 명령에 취약한 프로네시스가 아니라 개인적 자율성에 기초한 이성에 기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음 순간엔 자율적 이성이 안정성을 갖기 위해 프로네시스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집단에 매개된 이성은 성찰의 힘을 상실하면서 이념으로 박제화된다. 그렇게 마음의 유동성을 상실한 이념(신념)은 고도의 추상성을 띠면서 구체적 삶을 압박한다. 이로부터 윤리적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도덕적 감수성’과 ‘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광고 로드중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