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發에 치이고 옐런發에 차이고
○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에 촉각
현재 EU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량은 전체 가스 소비량의 35%에 이른다. 그래서 EU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중단하거나, 반대로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끊어 버린다면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수송 파이프의 70%가 우크라이나를 통한다”며 “이 파이프가 막힐 경우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환율 변동 가능성도 대비하고 있다.
SK그룹은 최근 외부 변수로 인한 환율 변동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정유회사인 SK에너지는 사내에 환관리위원회를 두고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
○ 신흥국 시장 비상
신흥국에서의 판매 비중을 크게 늘려가던 현대·기아자동차는 비상이 걸렸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중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5.3%에서 지난해 34.2%까지 올랐다. 그러나 자동차 시장이 침체된 인도에서는 올해 생산목표를 지난해보다 5% 줄인 60만 대로 잡았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올해 1, 2월 판매량이 전년보다 10% 감소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구소련 지역 국가 가운데 우크라이나 자동차 시장이 가장 컸지만 정세 불안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 예상된다”며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인근 지역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해 우크라이나에서의 부진을 만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신흥국 수출 비중이 70%를 넘는 포스코도 환율 등 금융시장이 글로벌 철강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공급 과잉 등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환율 리스크는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며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세계 경제 전체가 살아나려고 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러시아 간 정치적 갈등은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신흥국 환율 변동으로 인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강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