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청소년 빅데이터 최초 분석]
○ 신림동은 가출 청소년 집합소
경찰청이 발표한 ‘실종아동·가출인 접수 현황’에 따르면 가출 청소년은 지난해에만 2만 명을 훌쩍 넘었다. 이렇게 집을 나온 청소년들은 유해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여성가족부가 가출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소년 유해환경 접촉 실태조사’에선 성매매업소 등 유해업소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40%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정책은 소극적인 사후 지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단 가출 청소년 현황 파악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 보니 선제적 예방적 대책 마련 자체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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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동안 서울에서의 가출 상담 헬프콜 비율을 구별로 살펴본 결과, 관악구는 낮(정오∼오후 3시)과 저녁(오후 6∼9시) 모두 각각 11.5%, 12.5%로 가장 높았다. 헬프콜은 청소년들이 고민 상담을 하고, 가출 폭력 등 위기 상황 시 도움까지 요청할 수 있는 채널이다.
관악구의 헬프콜 비율을 동별로 분석한 결과 낮에는 신림동(53.5%)과 봉천동(44.2%)이 비슷했지만 저녁에는 신림동(88.9%)이 봉천동(4.4%)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신림청소년쉼터 관계자는 “가출 청소년들이 낮에는 봉천동의 학교 인근, 모텔, PC방 등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만 해가 지면 신림역 주변 유흥가, 신림초등학교 주변 빌라촌 등으로 몰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관악구에 가출 청소년들이 집중되는 가장 큰 이유는 모텔, 원룸, 찜질방 등 잘 곳이 많아서다. 중구와 영등포구 등 청소년 인구 대비 헬프콜 발신 비율이 높은 다른 지역 역시 모두 비교적 저렴한 숙박업소들이 유흥가에 밀집돼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돈벌이가 비교적 쉽다는 점도 가출 청소년들을 유혹하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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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들의 경우 신림동을 근거로 ‘조건만남’을 하기도 한다. 이곳에 많은 PC방이 탈선의 장소로 변하기도 한다.
○ 빅데이터로 가출 청소년 구조
현재 정부가 진행하는 대표적인 가출 청소년 선도활동은 ‘아웃리치(out reach)’. 직접 인력을 거리로 투입해 청소년 상담 지원, 범죄 예방 등을 하는 방식인데 효과가 괜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아웃리치에 나서는 시간과 장소가 정교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현재 아웃리치가 집중되는 기간은 5월과 10월. 하지만 가출 관련 헬프콜에서의 긴급구조 현황(2010∼2013년)을 조사한 결과, 연중 긴급구조는 7∼9월에 가장 많았다. 박성원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위기개입팀장은 “새 학기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한 아이들이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가장 많이 느낄 때가 7월”이라고 했다. 김미영(가명·15) 양은 “여름엔 밤에 춥지 않아 거리에서 술 마시고 놀기에 좋아 가출하기 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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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앞으로도 빅데이터를 더욱 광범위하게 활용해 가출 청소년 구조에 나선다는 구상을 세웠다.
우선 각 부처 관련 기관들이 실시간으로 수집한 정보에 청소년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배출한 정보를 더해 위기경보가 가능한 실시간 예측 정보시스템을 만든다. 15억 원가량 예산을 투입해 위기경보 발생 시 인력을 집중 투입하는 시스템도 갖추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론 전국 단위 ‘위기청소년 맵(map)’을 만들어 분 단위로 실시간 가출 청소년 현황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