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14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고노 담화와 식민 지배를 공식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에 대해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로서 계승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고 미국도 “긍정적 진전”으로 환영할 만큼 일단은 고무적이다. 아베 총리가 진정성을 보인다면 한일 정상회담 개최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고노 담화를 수정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검증을 중단하겠다고는 하지 않았다. 검증 작업은 고노 담화 무력화와 다름없다. 24일부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와 다음 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한국과 일본 방문을 앞두고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한발 물러섰다는 인상이 짙다.
일본인들은 겉으로 하는 말인 다테마에(建前)와 속마음인 혼네(本音)가 달라 무엇이 진실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아베 역시 국제사회의 비판 때문에 말을 바꿨지만, 일본의 전쟁 범죄를 부정하고 헌법을 고치거나 해석을 변경해 다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바꾸진 않았을 것이다. 그가 같은 날 “전후 체제에서 탈각하고 싶다”며 “일본이 평화국가의 길을 걸어 왔으나 헌법 자체가 점령군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고 말한 데서 오히려 본심이 배어난다.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발표한 담화에는 “당시의 조선반도는 일본의 통치하에 있어 모집 이송 관리 등도 감언 강압에 의하는 등 대체로 본인(위안부)들의 의사에 반(反)해 행해졌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 고노 담화는 “우리는 이런 역사의 사실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역사의 교훈으로 직시해 가고 싶다”고 천명했다. 일본은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고 할 것이 아니라 한국과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임을 구체적 행동으로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