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새가슴’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삼성화재 고준용은 부단한 노력으로 강한 담력을 갖게 됐다. 고준용은 요즘 안정된 수비와 과감한 공격을 선보이며 팀의 핵심 플레이어로 활약 중이다.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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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화재 윙 리시버 고준용의 성장스토리
1순위 입단 불구 석진욱 그늘에 가려져
담력 약해 경기도중 산소호흡기에 의지
올시즌 주전 기회…이 악물고 수비 훈련
현대캐피탈전 서브리시브 26개 성공 진가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삼성화재는 훈련 때나 경기 때 항상 준비해야 하는 물품이 있다. 소형 산소호흡기다. 윙 리시버 고준용(25)을 위해 마련됐다. 담력이 약한 고준용은 훈련이나 경기 도중 긴장이 지나치면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할 만큼 호흡이 가빠진다. 이럴 때를 대비한 용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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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을 앞두고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고민을 했다. 고준용이 마침내 시험대에 올랐다. 석진욱을 1년만 더 플레잉코치로 쓰고픈 마음이 컸지만 계산대로 되지 않았다. 시즌을 앞두고 감독이 팀의 키플레이어로 고준용을 꼽은 이유였다.
수비의 팀 삼성화재가 자신만의 배구를 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서브리시브가 필수다. 그러나 시즌 내내 서브리시브 탓에 예전과 같은 조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기록에서도 드러났다. 11일 현재 서브리시브 부문 최하위다. 세트평균 9.154개. 상위클래스 3개 팀의 평균은 11개다. LIG손해보험(9.607)보다 못한 9점대였다.
신 감독은 3라운드 뒤 대한항공과 트레이드를 했다. 최초로 시즌 도중에 트레이드를 할 정도로 서브리시브의 안정이 급했다. 팀의 운명을 결정할 요인으로 봤다. 그 결정 이후 삼성화재는 달라졌다. 류윤식이 와서 잘 한 경기도 있었지만 고준용이 스스로 버텨낸 것이 더 컸다. 고준용은 “석진욱 선배가 나간 뒤 삼성화재는 고준용 때문에 안 될 것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이를 악물었다. 오직 훈련만을 믿었다”고 했다.
여오현의 그늘에서 허덕이던 이강주도 같은 심정이었다. 두 사람끼리만 통하는 뭔가가 있었다. 실력으로 문제를 돌파하지 않으면 사람들의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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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담력이 선천적으로 타고난다고 하고, 누구는 노력으로 고칠 수 있다고 했다. “기가 센 선수가 큰 경기에 강하다. 그런 강한 기는 수많은 훈련을 통해 다져진 내공에서 나온다”고 신 감독은 말했다. 이제 더 이상 산소호흡기가 필요 없을 정도로 고준용의 가슴은 커졌다. 담력은 강한 훈련으로 충분히 넘을 수 있는 벽이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