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소음공화국’] 시민 고통엔 귀막은 그들만의 집회
연단에서 약 70m 떨어진 여성가족부 건물 입구에서는 소음이 83.2dB, 연단에서 약 144m 떨어진 무교동 사거리에 있는 모전교에서는 78.7dB을 기록했다. 해가 진 후 도심 같은 ‘기타 지역’에서의 집회 소음 규정은 70dB 이하다. 이날 일몰 시간이 오후 6시 25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집회는 소음 규정을 어긴 것이다. 촛불집회에서 발생한 소음은 지하철이 역으로 들어올 때 소음인 80dB을 웃도는 수준으로 보통 80dB이 넘는 소음을 들을 경우 사람의 위 운동은 40%가 감소할 정도로 신체에 악영향을 끼친다.
주말과 주중 서울 도심에서는 각종 집회와 행사가 열려 소음이 발생하고 있지만 주최 측에서는 대부분 법률상의 소음 기준을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1일에는 3·1절을 맞아 낮부터 도심 여러 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려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소음 기준은 더 높았다. 오후 2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95주년 3·1절 민족 공동행사에서도 대형 스피커를 연단 양쪽에 3개씩 설치해 연단 앞에서는 최대 86dB을 기록했다. 오후 2시경 청계광장에서 열린 3·1절 대학생 친일청산 페스티벌에서 열린 사물놀이 공연에서 발생한 소음도 최대 88.7dB를 기록했다. 이들 집회 및 행사는 현행 집시법 소음 기준을 모두 초과한 것이다. 현행 집시법 제14조 시행령에 따르면 ‘주거지역과 학교’는 주간(해 뜬 후∼해 지기 전)에는 65dB 이하, 야간(해 진 후∼해 뜨기 전)에는 60dB 이하이고 이를 제외한 기타 지역은 주간 80dB 이하, 야간 70dB 이하가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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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뿐 아니라 집회가 주로 열리는 서울광장 인근 호텔 관계자들도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서울광장 남쪽에 위치한 더 플라자 호텔 관계자는 “국민파업대회가 열린 지난달 25일에는 오후 2시부터 집회가 시작됐는데 낮 12시부터 음향 테스트를 한다고 시끄럽게 했다”며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3번이나 주최 측에 찾아가 소리를 좀 낮춰 달라고 부탁했지만 ‘알겠다’고만 답하고 소리를 전혀 줄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호텔 관계자는 “집회가 있는 날이면 10여 개 객실의 외국인 손님들이 방을 바꿔 달라고 아우성이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시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이를 단속하는 경찰도 난감한 상황이다.
현행 집시법에 명시돼 있는 소음 측정 방법은 시끄럽다고 신고한 피해자가 위치한 건물 외벽에서 1∼3.5m 떨어진 지점에서 소음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의 지면 위 1.2∼1.5m 높이에서 측정한다. 이 때문에 신고한 피해자가 집회 장소 근처에 있으면 수치가 높게 나오고 다소 떨어져 있으면 낮게 나온다.
서울광장 집회를 담당하는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피해 신고자의 위치에서부터 소음을 재기 때문에 집회 장소 근처에서 느끼는 체감소음 수치와는 다른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밝혔다. 또 소음 피해 신고자가 없으면 처벌을 할 수 없다는 점도 맹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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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찰은 지난달 25일 국민파업 촛불대회 때 집회 소음 기준을 위반한 혐의로 주최자 문모 씨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낸 상태다.
백연상 baek@donga.com·강병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