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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인류는 왜 지구의 생명을 멸종시키고 있는가

입력 | 2014-03-01 03:00:00

美주간지 뉴요커 기자 엘리자베스 콜버트의 ‘여섯번째 멸종’




노벨물리학상(1968년)을 수상한 미국의 과학자 루이스 앨버레즈와 아들 월터(지질학자)가 1980년에 ‘소행성의 지구 충돌로 공룡이 멸종했다’는 가설을 내놓았을 때 고생물학자들은 이들을 조롱했다. 그러나 2010년 3월 후세의 과학자들은 이 가설이 사실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렸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6500만 년 전에 직경 10km의 소행성이 떨어져 상당수 생물들이 멸종했다는 사실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1월 미국에서 출간돼 단숨에 각종 매체의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진입한 ‘여섯 번째 멸종’(The Sixth Extinction)은 지구 생명의 멸종사를 다뤘다. 저자는 미 주간지인 ‘뉴요커’에서 오랫동안 과학과 환경을 담당해온 엘리자베스 콜버트 기자. 그가 책에서 언급한 공룡의 멸종은 지구 역사상 가장 최근의 사건으로 다섯 번째에 해당한다. ‘여섯 번째 멸종’은 인간에 의해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생명의 멸종을 경고한 것이다. 저자는 ‘인간이 과거 공룡을 멸종시켰던 소행성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는 섬뜩한 비유를 펼친다.

12만 년 전 인류의 선조가 아프리카를 처음으로 떠났을 때 여섯 번째 멸종은 시작됐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라이벌 관계에 있는 동물이나 인류는 모두 사라지게 만든 호모 사피엔스, 북아프리카와 호주에 인류가 도착한 이후 많은 식물과 동물의 종들이 사라진 것을 보면 인류가 자연의 적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는 것. 이후 산업화를 통해 지구 온난화가 심화되면서 멸종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서류의 3분의 1이 멸종 위기에 처해 ‘제2의 공룡’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비롯해 5000여 종의 곤충과 박쥐 등 지구상에서 사라져가는 생명체들을 소개한다. 특히 2004년 과학잡지 네이처에 소개된 ‘2050년까지 지구온난화로 수백만 종의 생명이 사라질 것’이라는 화제의 보고서를 자세히 다룬다.

이 책이 미국에서 높은 관심을 모으는 것은 창조론과 이어지는 ‘격변론’과 ‘진화론’을 대비시키며 멸종의 역사를 다뤘기 때문이다. 저자는 갑자기 생명이 멸종될 수 있다는 격변론이 나오기 시작한 게 불과 200여 년 전이라고 말한다. 멸종된 생물종을 최초로 본격 조명한 학자가 1800년대 비교해부학의 창시자인 프랑스 박물학자인 조르주 퀴비에라는 것이다. 퀴비에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와 각종 신화가 사실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같은 시대를 살았던 영국의 지질학자인 찰스 라이엘과 찰스 다윈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격변론자에 가까운 저자는 인류가 현재 진행되는 생명 멸종의 원흉이지만 거꾸로 이를 바꿔놓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유일한 생명체라는 점을 강조한다. 단기적인 이익을 뿌리치고 생명의 멸종을 막는 행동을 지금부터라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선택은 바로 우리 인간들에게 달려 있다는 것. 다행스럽게도 인류의 역사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온 결정으로 점철되어 왔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라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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