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의 마지막 밤… 한국선수단 25일 귀국 대한민국 태극전사들은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했다. 24일 폐회식에서 김연아(오른쪽에서 네 번째) 등 한국 선수들이 활짝 웃으며 소치의 마지막 밤을 즐기는 모습이 더없이 아름다운 이유다. 소치=GettyImages 멀티비츠
흔히 두 종목에서는 올림픽 메달을 따는 것보다 국가대표 되는 게 더 어렵다고 한다. 은메달을 따고도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인다. 외국 사람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만한 장면이다. 이들이 느끼는 금메달 강박증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24일 막을 내린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남자 쇼트트랙 선수들은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금메달은커녕 동메달 한 개도 목에 걸지 못했다. 선수들의 아픔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대회 기간에 안현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며 승승장구하자 이들의 상처는 더 깊어졌다.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해졌고, 조급함은 무리한 플레이를 낳았다. 실격과 실수가 잇따랐다. 오죽했으면 안현수가 “후배 선수들이 무슨 죄가 있나. 다들 열심히 한 선수들이다. 내 성적과 한국 선수들의 성적이 맞물려 비교되는 게 나도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을까.
소치=이헌재·스포츠부
한국 쇼트트랙이 ‘세계 최강’이던 시대는 지났다. 많은 한국인 지도자가 외국에 진출하면서 한국만의 노하우는 이미 없어진 지 오래다. 힘 좋고 체격 좋은 외국 선수들은 한국 지도자들을 통해 한국만 갖고 있던 장점을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안현수의 경우처럼 지금 우리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도 기다림이다. 옆에서 지켜본 남자 쇼트트랙 선수들은 정말 눈물겨울 만큼 열심히 노력했다.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땀을 흘렸다.
25일 이들은 선수단 본진과 함께 입국한다. 메달리스트들의 뒤에 가려 있을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따뜻한 박수다.
소치=이헌재·스포츠부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