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작가 정철-고일권-쥬드 프라이데이작업실엔 서예붓-먹물-물감-종이 가득특유의 질감-붓의 생동감… 느낌 확 달라“쉽게 수정할 수 없어 집중력 되레 높아져”“능숙해지면 ‘달인’처럼 컴퓨터보다 빨라”
붓의 생동감 있는 터치가 느껴지는 정철 작가의 웹툰 ‘본초비담’. 네이버 제공
그는 2011년 8월부터 네이버 웹툰 ‘본초비담’을 연재 중이다. 본초비담은 한의학에서 쓰는 약초 발견 설화를 바탕으로 고조선 시대 사람들의 모험을 다룬 역사물이다.
그는 “디지털 방식으로도 웹툰을 그려봐서 그 한계를 명확히 알 수 있다”며 “비극적인 장편 사극 작품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는 감성적 정서를 가진 종이의 질감과 붓의 생동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일권 작가(29)도 1623년 인조반정을 배경으로 한 전통 사극 작품인 웹툰 ‘칼부림’을 그리기 위해 서예 붓을 들었다. 그는 “남성적이고 땀내 나는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 끊임없이 미묘하게 변하는 붓 선과 먹의 농도가 그 느낌을 살리는 데 꼭 필요했다”고 했다.
서울 시내의 풍경을 서정적으로 묘사한 쥬드 프라이데이 작가의 웹툰 ‘길에서 만나다’. 네이버 제공
아날로그 방식으로 빠듯한 마감 일정을 맞출 수 있을까. 세 작가의 말은 약속이나 한 듯 비슷했다.
“손그림은 쉽게 수정할 수 없어서 집중력이 더 높아집니다. 디지털 작업은 컴퓨터 성능에 좌우되지만 수작업은 능숙해지면 컴퓨터보다 빠른 달인 수준도 될 수 있어요. 오히려 손그림의 풍부한 효과를 컴퓨터로 내기 위해서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정 작가의 작업실에는 본초비담 원화가 어린이 키만큼 쌓여 있다. 그는 원화 1400여 장 중 42점을 골라 13일부터 4월 8일까지 프랑스 파리의 한 갤러리에서 전시하고 있다.
그는 “요즘은 원화가 웹툰이나 인쇄물 복제를 위한 수단이지만 그 속에 원본에서만 느껴지는 ‘아우라’가 있다. 독자가 직접 원화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국내에도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 작가도 “원화는 무한복제가 가능한 데이터파일이 아닌 오직 단 하나뿐인 ‘실제’라는 그 자체만으로 매력이 있다”고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