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유행으로 2차합병증 비상
독감에 걸린 환자들은 폐렴에 노출되기 쉽다. 폐렴구균 백신을 맞으면 치사율이 40% 가까이 줄어드는 등 예방 효과가 있다. 동아일보DB
서울 관악구에 사는 김정수 씨(54)는 지난 연말부터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편도선이 부어오르는 감기 증상에 시달렸다. 특히 기침이 심해 바깥출입을 못할 정도였다. 겨울이면 으레 걸리는 감기로 생각해 일반 감기약만 약국에서 사 먹으며 버티던 김 씨. 결국 피가 섞인 가래를 몇 차례 토한 뒤에야 집 근처 의원을 찾았다. 의사가 그에게 내린 진단은 바로 ‘폐렴’. 그는 결국 열흘간의 입원치료를 받고서야 겨우 거동을 할 수 있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유행 중인 A형 독감(H1N1형)으로 인해 2차 합병증인 폐렴 환자 수도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위험 수준’인 외래환자 1000명당 12.1명에 이른 독감 의심 환자 수는 1월 5주차에 무려 48명을 넘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앞으로 4주 이상 독감 유행이 지속되고 환자 수가 60∼7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 면역력 떨어진 호흡기로 폐렴구균 침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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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이 폐렴에 쉽게 노출되는 것은 면역력을 떨어뜨림과 동시에 강한 기침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관지와 폐점막이 손상을 입는데 그 틈을 타고 폐렴구균이 침투해 활동을 시작한다.
폐렴의 초기 증상은 발열, 기침, 가래 등 일반 감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폐렴구균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 40도에 가까운 고열과 기침, 가슴통증, 호흡곤란을 유발한다. 숨이 가빠지니 호흡수도 많아져 분당 20회를 초과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래의 색깔이 황색에서 녹색으로 진하게 바뀌는 경우도 있다. 호흡곤란은 혈액 속에 산소 운반 능력을 떨어뜨린다. 이로 인해 입술이 푸른빛으로 변하는 ‘청색증’은 폐렴의 주요 증상이다. 이 정도가 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으므로 전문가들은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 식욕과 활동 떨어진 노인, 폐렴 의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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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폐렴이 더욱 위험한 것은 기침, 가래, 두통 등 뚜렷한 증상이 초기에 덜 나타나기 때문이다. 폐렴이 오면 식욕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 경우에도 단순히 “나이가 드니 입맛이 없다”는 식으로 넘기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가 갑작스레 의식이 희미해지고 그제야 병원을 찾아 폐렴으로 진단받기도 한다.
심윤수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노인의 폐렴은 식욕 감퇴나 활동 감소 등의 신체기능 저하를 반드시 동반한다”면서 “당장 호흡기가 나빠지지 않더라도 폐렴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 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백신 맞으면 만성질환자 65∼84% 예방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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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교수는 “폐렴구균 백신을 맞은 만성질환자의 65∼84%는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또 접종하지 않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치사율과 중환자실 입원율이 40%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개인위생도 중요하다. 특히 외부 접촉이 많은 손발은 비누칠로 30초 이상 구석구석 씻어야 한다. 특히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지는 노인과 어린이는 목욕 후에는 물기를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주위 온도를 최대한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폐렴을 일으키는 세균과 바이러스는 기온이 떨어질수록 활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따뜻한 온도를 유지해 이를 방지하자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신종플루가 유행한 2009년 여름에는 남반구, 겨울에는 북반구에서 환자가 급증했다”면서 “따뜻한 남쪽지방이나 해외로 나가는 것도 의학적으로 폐렴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