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소비자경제부 기자
아니나 다를까 여행업계는 연초부터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연초부터 5, 6월 이후 주요 해외 항공 노선들이 조기예약 수요로 붐빈다. 홍콩, 대만 등 근거리뿐 아니라 프랑스 파리 등 장거리 노선 예약 열기도 뜨겁다. 연휴 앞뒤로 하루 이틀 연차를 붙여 긴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 덕분이다. 얼리버드족을 겨냥한 프로모션이 많은 여행업계 특성상 휴가 계획은 일찍 세울수록 여러모로 유리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호사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니, 사실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연휴 앞뒤 연차를 붙여 긴 휴가를 감행하는 건 꿈같은 일이다. 당장 퇴근시간 눈치 보기도 바쁜데 몇 개월 뒤 휴가 계획을 깨알같이 세워 둔다는 것, 연휴에 맞춰 추가로 연차까지 쓰겠다고 미리 ‘찜’해 둔다는 것, 보통 용기로 되는 일이 아니다.
거대한 군락을 이룬 철새 떼처럼 7, 8월에 집중되는 ‘한국인의 휴가 미스터리’는 이런 문화에서 파생됐다. 민족 대이동이 한여름 성수기에도 일어난다. 한국인의 휴가는 여전히 극심한 눈치 보기와 약간의 죄책감이 뒤섞인 소극적인 형태로 이뤄진다. 온라인여행사 익스피디아의 최근 설문에서 한국인의 1년 휴가일은 10일로 전 세계 꼴찌였다. 그나마 실제로 쓰는 휴가는 7일 정도에 그쳤다. 일 때문에 휴가를 미루거나 취소한 적이 있다는 응답률은 65%로 전 세계 평균(43%)보다 높았고 휴가 사용에 대한 상사의 협조는 최하위였다.
최성수기 한정된 기간에 ‘딱 한 번’ 떠나는 휴가로는 주워진 연차조차 제때 소진하기 어렵다. 연말마다 기업들이 연차 소진 문제로 골치를 앓는 이유다. 하지만 최고 결정권자가 특별한 의지를 갖고 휴가 정책을 바꾼 일부 기업 외엔 경직된 근로문화의 변화가 극히 더디다. 연중 상시 휴가는 관광산업 등 내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에도 보탬이 된다. 창조적 발상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이때 휴가 문제에 있어서도 참신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여름마다 되풀이되는 한국인의 휴가 미스터리가 ‘황금 갑오년’엔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으면 싶다.
박선희 소비자경제부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