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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민 건강 책임진 보건복지부, 담배소송 말릴 일 아니다

입력 | 2014-01-27 03:00:00


담배 연기 속에는 인체에 해로운 독성 물질 400여 종이 포함되어 있다. 흡연은 폐암 구강암 췌장암 고혈압 동맥경화 등 온갖 질병을 유발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내세우는 ‘연기 없는 사회’라는 목표에는 흡연을 인류 건강의 심각한 적(敵)으로 보는 인식이 담겨 있다. 유럽연합은 “흡연이 당신을 죽인다. 당장 끊어라!”라는 문구와 질병 사진이 담뱃갑 표면의 절반 이상을 덮도록 강제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국내외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흡연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흡연으로 인한 질병이 많고, 건강보험 재정에서 추가로 진료비가 나가는 만큼 담배회사들이 물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개인이 국가나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4건이다. 아직 승소한 적은 없지만 몇 건은 계류 중이다. 미국에서는 1994년부터 1997년까지 50개 주정부가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겨 25년간 263조 원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국내에서 공공기관이 담배가 국민 건강을 해친 데 따른 보상을 받겠다며 소송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건강보험공단과 연세대 지선화 교수팀은 흡연으로 인해 연간 1조7000억 원의 진료비가 더 나간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발표했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보건복지부 소속 이사들은 소송 제기에 반대표를 던졌을 뿐 아니라 아직도 협의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복지부는 지금까지 기획재정부와 정치권의 눈치만 보며 금연정책에 소극적이었다. 국민 건강을 책임진 복지부가 소신 있게 나서야 한다.

한국 사회는 아직도 공공장소 흡연에 관대한 편이다. 규모가 큰 식당, 공원, 버스정류장 등에서 금연을 실시하고 있지만 위반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했다는 얘기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흡연자가 금지된 장소에서 담배를 피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좀 더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 일부 대기업은 직원 건강을 위해 흡연자에게 승진 제한 등의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담배회사들이 담배의 성분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알렸는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공공기관이 담배 소송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국민에게 담배의 해로움과 금연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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