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지 매립공사 설계 입찰공고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오키나와(沖繩) 현 나고(名護) 시 주민들의 미군기지 현 내 이전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지 이전 작업에 돌입했다. 앞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및 주민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오키나와 방위국은 21일 나고 시 헤노코(邊野古) 연안의 매립공사와 관련해 설계 및 조사 작업을 벌일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 공고를 21일 현 게시판에 게재했다. 헤노코 연안 매립은 오키나와 현 기노완(宜野灣) 시의 후텐마(普天間) 공군기지를 옮겨왔을 때 활주로를 건설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앞서 19일 실시된 나고 시장 선거에서 정부와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지원하는 후보가 패배하고 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이나미네 스스무(稻嶺進) 현 시장이 재선됐다. 주민들이 기지 이전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보여줬지만 아베 정부는 미일 동맹 강화 차원에서 후텐마 기지 이전을 밀어붙이고 있다.
나고 시장 선거뿐만 아니라 지난해 나고야(名古屋) 시장(4월), 사이타마(埼玉) 시장(5월), 시즈오카(靜岡) 현 지사(6월), 가와사키(川崎) 시장(10월) 선거 등에서 자민당 지원 후보가 모두 패했다. 2월 도쿄(東京) 도지사 선거에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지방에서 자민당이 참패하는 것은 아베노믹스 효과가 지방에까지 미치지 않는 것이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엔화 약세를 통해 수출 대기업은 혜택을 입고 있지만 지방 중소기업의 체감경기는 아직 나쁘다. 이런 지방의 불만이 선거에서 표출된 것이다. 일본 내 ‘원전 반대’ 움직임이 강해지는 것도 원전 재가동을 주장하는 자민당 후보에게는 악재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배신’도 영향을 미쳤다. 나고 시장 선거에서 자민당이 지지하는 후보는 4155표 차(전체 3만5523표)로 졌다. 공명당이 동원할 수 있는 표는 약 2000표로 추산된다. 공명당은 헌법 개정, 원전 정책 등에서 자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자민당 내부에선 ‘공명당과의 연립여당을 파기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