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둑은 350달러에 달하는 32인치 LCD TV를 자연스럽게 옆구리에 낀 채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유유히 달아났다. 사진출처=유튜브 영상 캡쳐
지난 2007년 한국에서는 대형 TV를 훔쳐간 '간 큰 TV도둑'이 화제가 됐다. 그가 노린 것은 대학교 학생회관 입구에 설치된 42인치 PDP 모니터였다. 이 도둑은 인적이 뜸한 새벽 시간을 틈타 당당하게 건물 입구로 진입, 모니터를 떼어낸 뒤 그대로 짊어지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보다 더한 '간 큰 TV도둑'이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어둠과 늦은 시간을 도망치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면, 이번 미국에 나타난 도둑은 공원에서나 타는 줄 알았던 스케이트보드를 '도주 수단'으로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이 스케이트보더는 마트가 문을 닫기 직전인 오후 10시59분경 마트에 들어섰다. 마트내 CCTV에 찍힌 범인은 보드를 한쪽 팔에 든 채 들어와 매장내 점원에게 TV 진열대가 어디인지를 물은 뒤, 점원의 설명을 들으며 잠시 TV들을 살펴보는 듯 했다.
흥미를 잃은 듯 다른 곳으로 향했던 범인은, 잠시 후 스케이트보드 위에 올라탄 모습으로 다시 CCTV에 포착된다. 그는 보드 위에 올라탄 채 빠른 속도로 TV들의 옆을 스쳐지나가는가 싶더니, TV 하나를 팔 안쪽으로 번개같이 나꿔챘다.
단숨에 출입구에 도달한 도둑은 밖으로 달아나려했다. 하지만 범인이 향한 출입구는 잠겨있었고, 뒤쪽에는 그를 잡으려는 점원이 달려나온 상태였다.
이때부터 도둑은 '강도'로 돌변했다. 그는 칼을 꺼내 점원을 움츠러들게 한 뒤, 재빨리 다른 출입구로 달려갔다. 마트 밖으로 나온 도둑은 다시 스케이트보드에 올라타 전력질주, 뒤를 따르는 점원과 경비원을 따돌리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가 마트에 들어와 TV를 들고 도망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3분에 불과했다.
이 도둑이 훔친 TV는 32인치 LCD TV로, 350달러(한화 약 35만원) 정도 하는 제품으로 알려졌다. 두께가 얇고 가벼운 제품이라 이렇다할 가방이나 주머니 등이 없이도 손쉽게 훔쳐 도망칠 수 있었던 것.
지역 경찰은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 "도둑들은 흔히 범죄현장에서 도망칠 때 자동차와 자전거, 혹은 자신의 두 다리를 사용한다. 하지만 스케이트보드를 도주용으로 쓰는 경우는 생전 처음 본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마트에 들어서기 전 자동차나 자전거는 마트 근처의 지정된 장소에 주차하도록 되어있지만, 스케이트보드나 인라인스케이트에는 그런 규정이 없다는 것을 노린 계획된 범죄로 보인다. 두 번에 걸쳐 재빠르게 마트의 입구를 찾아낸 것 역시 미리 조사해뒀기 때문일 것"라면서 "앞으로는 스케이트보드나 인라인스케이트도 보관 및 반납의 과정을 거쳐야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