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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취약 하회마을… 시뮬레이션 결과 최대 100동 소실될수도

입력 | 2014-01-17 03:00:00

작년 ‘화재 안전성 연구’ 통해 드러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에 13일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별다른 피해는 없었지만 문화재 관계자들은 앞서 11일 ‘샹그릴라’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중국 윈난 성 두커쭝(獨克宗) 고성에서 200채가 넘는 목조건축물이 불에 탄 참사를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안동시는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예산 10억여 원을 들여 최신 방재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회마을의 화재 취약성은 학계에선 일찌감치 지적됐다. 지난해 5월 한국건축역사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 ‘안동 하회마을 화재안전성에 관한 조사연구’를 통해서다. 일본 교토 시에 있는 리쓰메이칸(立命館)대 역사도시방재연구소의 김민숙 전문연구원(39)이 명지대 한국건축역사연구실, 정연상 안동대 건축공학과 연구팀과 함께 컴퓨터 가상작업 및 현지조사, 설문을 진행했다.

공동연구팀이 교토대 방재연구소가 고안한 ‘화재연소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하회마을은 최대 100여 동(전체 130동)의 가옥이 소실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기도 했다. 이 지역의 풍속이 비교적 강한 데다 주위에서 산불이 나면 대량으로 쏟아지는 불티에 그대로 노출되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변수가 많아 시뮬레이션 결과가 그대로 나타난다고 할 순 없지만 그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시스템적으로는 화재경보기 보급 비율과 화재 진압용으로 배치된 소방차의 적절성 여부가 눈에 띄었다. 마을 건물마다 소화기는 100% 비치돼 있긴 하지만 화재경보기를 설치한 곳은 20%를 밑돌았다. 게다가 설문에 응한 주민 가운데 31.8%가 “소화기 사용법을 잘 모른다”고 답했다. 소화용수를 공급하는 소화전은 24.6%만 어떻게 쓰는지 안다고 응답했다.

하회마을에 배치된 소방용 펌프차도 교체가 시급했다. 마을 입구에 있는 119지역대에는 1.4t의 펌프차가 있으나 전통마을의 좁은 도로 여건상 재빠른 이동이 쉽지 않다. 김 연구원은 “실제 조사기간에 (화재 신고로) 소방차가 출동한 걸 목격했는데 외부 도로로 한참 돌아가는 모습을 봤다”며 “산불 진화용으로 만들어진 0.8t 펌프차가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구성한 자위소방대에도 아쉬운 대목이 엿보였다. 마을에 애정이 높아 소방훈련에 적극 참여하고 방재 의식도 높았지만 구성원이 모두 60대 이상 노년층이었다. 상대적으로 신속한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보존회나 소방대 소속과 일반 주민의 화재에 대한 시각차가 큰 것도 우려스러웠다. 일반 주민들은 ‘소방훈련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급증하는 관광객 관리도 허투루 볼 수 없는 문제다. 이번 하회마을 화재 역시 외부인의 담뱃불이 원인으로 추정되며 샹그릴라 역시 관람객의 실수로 불이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연구원 역시 “유입 인원이 늘어날수록 실화나 방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람의 눈이 닿지 않는 장소에 대한 방재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며 “마을에 입장하는 관람객에게 철저한 사전 교육을 시키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