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부품의 납품 편의를 봐 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한국수력원자력 간부 송모 씨에게 법원이 뇌물수수의 최고 형량인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8년보다 무려 7년이나 높다. 검찰의 구형량은 담당 판사가 참고하는 사항에 불과하다. 하지만 판사는 검사만이 아닌 변호인 쪽 얘기도 듣기 때문에 검찰의 구형량과 비슷하거나 낮게 선고하는 것이 보통이다. 판사가 이번 사건처럼 검찰 구형량의 2배에 가까운 형량을 선고한 것은 이례적이다. 재판부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비리를 매우 중대한 범죄로 보았기 때문이다.
송 씨는 2012년 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아랍에미리트(UAE) 수출 원전 등에서 납품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현대중공업 임직원 6명에게서 17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송 씨는 고도의 안전성이 요구되는 원자력발전소 핵심 부품의 구매 책임을 맡고서도 공정성을 심각히 훼손했다. 더구나 뇌물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등 죄질이 무거워 최고 형량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1심이기는 하지만 송 씨는 원자력발전소 비리와 관련해 가장 높은 형량을 선고받은 피고인으로 기록됐다. 법원은 앞서 2012년 고리 원자력발전소의 납품 비리와 관련해 수뢰 혐의로 한수원 직원 정모 씨에게 징역 10년, 허모 씨 등 3명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허 씨는 항소심에서 6년으로 형량이 낮춰져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원전 납품 비리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하급심의 엄중한 판결이 상급심에서도 가능한 한 유지되어야 하급심의 판결이 의미를 지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