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의료 수출]<하>진화하는 환자유치 트렌드
병원 설립을 추진 중인 한메디코리아 측은 “이 병원은 상하이 주재 외국 기업과 중국인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을 위주로 한다”면서 “상하이는 인구 3000만 명에 이르는 거대 도시로 소득 상위 10%만 잡아도 300만 명에 달하기 때문에 자리만 잘 잡으면 해외 환자 유치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해외 환자 유치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기존엔 여행사와 같은 에이전시가 유치한 해외 환자를 국내 의료기관이 치료만 해 주는 것이었지만 요즘은 아예 해외에 건강검진센터와 같은 의료기관을 진출시켜 현지에서 직접 환자를 유치하는 방법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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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환자들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을 여행업계 용어로 ‘인바운드’라고 한다. 반대로 ‘아웃바운드’는 병원이 해외로 진출하는 방식이다. 최근엔 아웃바운드가 인바운드를 끌어들이는 융합 방식들이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 상하이에 진출하는 병원의 방식이 그렇다. 중국 현지에 건강검진센터를 구축하고 환자를 국내 병원으로 데려와 치료하는 식의 융합형 모델인 셈.
정호연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러시아에서 온 스베틀라나 씨의 건강검진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은 해외 환자들을 위해 1, 2일 만에 검진을 끝내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있다.
국내 대학병원들도 이러한 융합형 모델로 해외 진출을 진행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2014년 중국 장쑤(江蘇) 성 이싱(宜興) 시에 검진센터를 열 계획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현지 법인이 5년간 브랜드 사용료 500만 달러를 지급할 예정”이라며 “현지 검진센터 매출액 일부와 국내로 환자를 데려오면서 생기는 추가 수입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9월엔 서울대병원이 중국 옌지(延吉) 시에 ‘서울대병원 협력 연길중의병원 검진센터’를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명지병원은 극동 러시아 환자 유치를 목표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연해주 모자병원과 합작해 검진센터 개원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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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외 환자들을 유치하거나 해외로 진출하는 병원들의 경우 여전히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최근 거스 히딩크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 디포 알람 인도네시아 내각장관 등 해외 VVIP까지 찾아오는 의료 한류의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우선 해외 환자 유치 시 진료비의 20∼50%를 챙기고 있는 브로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의료와 관광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 개발도 시급하다. 즉 정부가 환자 유치-진료-사후 관리의 단계를 직접 보증하는 ‘원스톱 관리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가령 싱가포르는 세계 주요 국가에 거점을 두고 매년 수십억 원을 들여 정부가 직접 의료관광을 홍보하고 비자 수속부터 의료진 선정, 숙박 등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선 강동경희대병원이 러시아 환자들을 위해 1, 2일 내에 모든 진료를 끝낼 수 있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일종의 원스톱 서비스)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운영 중이다.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러시아 환자들의 재방문율이 절반 이상 된다. 이 외에도 의료 사고 발생 시 해외 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보험 강제 가입 등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의료기관이 해외로 진출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현재 정부가 각종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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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