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월드컵 대륙, 남미-남미축구]<2>아르헨티나 ‘수페르클라시코’
구경모 부산외국어대 중남미지역원 HK연구교수
세계 3대 더비는 스페인의 엘 클라시코(El cl´asico)와 스코틀랜드의 올드펌(Old Firm), 아르헨티나의 수페르클라시코(Supercl´asico)를 일컫는다. 수페르클라시코는 남미 축구의 자존심으로 보카 주니어스와 리버 플레이트의 경기를 말한다. 보카 주니어스는 가난한 이탈리아계 이주노동자들이 주축이었고 리버 플레이트는 중산층 이상의 지원을 받아 처음부터 계급 대결의 양상을 띠었다. 서로를 경멸하는 노래를 부르며 열광하는 양 팀의 응원전은 세계 3대 더비 중 단연 최고라 할 만하다. 영국의 신문인 옵서버는 수페르클라시코를 “세상에서 죽기 전에 봐야 할 빼어난 50가지 스포츠 경기”로 선정했다. 또 이 신문은 “두 구단의 경기가 있는 날은 올드펌 더비가 초등학교 공놀이 수준으로 보인다”고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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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카에서 같이 태어나 1938년 부촌인 벨그라노로 옮긴 리버 플레이트는 보카 주니어스 팬에게는 배신의 아이콘이다. 보카 주니어스가 ‘가진 자들의 구단’ 리버 플레이트와 경기할 때 더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르헨티나 축구팬 70% 이상이 보카 주니어스와 리버 플레이트를 응원한다고 하니 말 다했다. 보카 주니어스는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마라도나가 뛴 곳으로도 유명하다.
2011년 6월 3일 리오넬 메시가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의 식당에서 한 남성에게 폭행을 당해 화제를 모았다.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고 금의환향한 메시를 고향 팬이 폭행할 줄이야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메시는 그의 고향 연고지 뉴 웰스 올드보이스에서 선수로 생활했다. 이에 로사리오 센트럴(Rosario Central)의 열성 팬이 메시에게 감정을 표출한 것이다. 두 구단의 맞대결은 클라시코 로사리오(Cl´asico Rosario)로 불리며 수페르클라시코에 이어 아르헨티나를 대표한다. 두 구단은 모두 영국인들이 창단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계급적으로 대립 관계에 놓여 있는 점은 수페르클라시코와 유사하다. 뉴 웰스 올드보이스는 1903년 영국계 이민자들로 상층부가 주축이 돼 만들어졌고 로사리오 센트럴은 철도회사에 소속된 영국 노동자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졌다. 혁명가 체 게바라가 로사리오 센트럴의 팬이었다. 체 게바라는 로사리오에서 태어났지만 한 번도 로사리오 센트럴 구장인 히간테 아로이토를 방문한 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항상 고향을 그리워하며 로사리오 센트럴의 골수팬임을 공공연히 드러냈다고 한다. 먼 타국에서 혁명할 때도 체 게바라는 고향의 클럽 소식에 귀를 쫑긋 세웠다고 한다. 메시를 폭행한 팬의 로사리오 센트럴에 대한 격렬한 사랑은 아마도 체 게바라의 뜨거운 혁명의 열정으로부터 물려받은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축구에 대한 애착을 반영하는 게 아닐까.
구경모 부산외국어대 중남미지역원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