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벤처기업 4인의 4색 꿈… 들어봤습니다
청마의 해를 맞아 스타트업(신생 벤처)에서 도약을 준비하는 이들을 만나봤다. 왼쪽부터 황승덕 노펑크코리아 대표, 이규호 가치온소프트 대표, 도미닉 윌리엄스 소셜네트워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박건태 삼사라 대표가 새해 포부를 종이에 적어 들어 보이고 있다. 강유현 yhkang@donga.com·김호경 기자
▼ 노펑크코리아 60세 황승덕 대표 “사기피해 딛고 안전 타이어 출시”… 가치온소프트 37세 이규호 대표 “첫 게임 성공해 직원 월급 두둑이” ▼
○ “인생 2막 1장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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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는 퇴직 사실을 숨기고 연구를 시작했다. 2008년 바퀴 내부에 압축 스펀지를 넣어 내구성을 향상시킨 제품을 개발해 중국에 수출했지만 사기를 당했다. 2010년 지인 15명과 법인을 꾸려 중국 시장을 다시 두드렸지만 2012년 결국 폐업했다. 이제까지 날린 돈만 5억 원, 그동안 집에 생활비도 제대로 갖다 주지 못했다. 대학 등록금이 없었던 아들은 아버지 몰래 여러 차례 휴학을 했다.
“사업에 실패하니 가까운 사람들도 전화를 안 받더군요. 패배자처럼 사람들을 피해 다녔습니다. 어느 순간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4월 노펑크코리아를 설립한 이후 단 하루도 쉰 적이 없다. 3월엔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 “빚 떠안았지만 창업 후회한 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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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네트워크 34세 윌리엄스 CTO “한국 앱, 세계로” … 삼사라 29세 박건태 대표 “환경 벤처 대박!” ▼
이후 이 대표와 직원들은 수익 없이 2년째 게임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다. 은행 빚은 1억8000만 원이 넘었다. 지난해 8월에는 처음으로 직원들에게 월급을 못 주기도 했다.
다행히 지난해 9월 3억 원의 투자를 받아 숨통이 다소 트였다. 4년 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이 대표는 단 한 번도 창업한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위기를 겪으면서 오히려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올해는 출시하는 첫 게임이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창업하러 한국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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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사업을 접은 그는 대신증권, 조이맥스(위메이드 계열사) 등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을 옮겨 다녔다. 그러나 결국 지난해 1월 다시 스타트업으로 돌아왔다. 그의 올해 목표는 해외 진출이다. 윌리엄스 CTO는 “중국 미국 기업에서 우리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살아남자, 열심히”
지난해 12월 30일 디캠프가 운영하는 공동 창업공간에서 만난 박건태 삼사라 대표(29)는 2년 전 지렁이가 음식물찌꺼기를 먹고 분해해 ‘분변토’라는 흙을 만들어내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취업에서 창업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관련 지식이 전혀 없던 그는 ‘맨땅에 헤딩’을 감행했다. 닥치는 대로 해외 논문들을 찾아 읽었다. 지렁이를 몇 kg씩 사다가 방에 틀어박혀 음식물 찌꺼기, 낙엽, 종이, 배추 등을 먹이고 배설물이 나오기까지 기다리기를 반복했다. 지렁이가 생유기물을 먹지 않자 아예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에서 믹서와 발효기 등을 만들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죽어나간 지렁이만 3t에 이른다”고 말했다.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지난해 3월 커피와 한약 찌꺼기를 유기농 퇴비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하고 경기 용인시에 660m² 규모의 공장도 세웠다. 온라인몰이나 박람회를 통해 제품을 팔아오다 올해부턴 화훼단지를 직접 뚫어볼 생각이다.
“내년 목표는 ‘생존’입니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결국 ‘세상의 모든 폐기물을 순환시키겠다’는 꿈을 이룰 겁니다.”
강유현 yhkang@donga.com·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