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에서 오래 기다렸는데 이젠 잡고 올라갈 버팀목 생겨
이서빈 씨
욕창이 생긴 등으로 나날을 뒤척이고 계시는 아버님과 간병하시는 어머님. 당선 소식에 “장하다”를 외치셨다. 너무 좋아 자꾸 우신다는 소리에 가슴이 저리다. 간병에 지치신 어머님도 “고맙다”를 연발하셨다. 과분한 사랑이다. 바람만 불어도 “어미 왔나 나가 보라”며 성화하셨다는 말에 많이 울었다. 며느리가 가져온 음식은 뭐든 맛있다고 잘 드시는 아버님, 완쾌하셔서 봄에는 꽃보다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나시길. 늘 말없이 지켜봐 주시는 친정 부모님께도 당선 소식 전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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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오세영, 장석주 선생께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그리고 이 시대의 모든 젊은 시인들.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당신들이 있었다. 그때부터 뒤돌아서 당신들을 따라가고 있다. 꽃 지게 지고 내내 신세 지겠다.
△1961년 경북 영주 출생 △한국방송통신대 국문과 졸업
● 심사평
삶과 세계를 아우르는 交響… 열린 감각 천진한 발상 돋보여
장석주 씨(왼쪽)와 오세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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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적인 남자’는 낯선 이미지들을 엮고 시공을 확장하는 재능이 놀라웠다. 큰 재능의 잠재성을 확인했지만 조탁(彫琢)이 더 필요하다. ‘노곡동’은 홍수 속에 내팽개쳐진 이들의 시련을 따뜻한 관조와 유머에 버무려 시로 써냈다. 유머는 이 시인의 장점이다. 더 좋은 시인이 되기 위해 사유의 입체성을 갖추시길.
‘몽유 이후’는 성장통을 다룬 시다. ‘쥐젖이 돋아난 어머니의 팔 안쪽을 더 이상 만지작거리지 않았다’ 같은 시구처럼 체험의 구체성이 도드라졌다. 안정되었으나 화법이 새롭지는 않았다. 사유의 도약이 필요하다. 고심 끝에 심사위원들이 당선작으로 선택한 것은 이서빈의 ‘오리시계’다. 완결미가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놀랄 만큼 새롭지는 않지만 발상이 천진하고 관찰력이 좋았다. 삶과 세계를 아우르는 교향(交響)이 있고, 특히 우주 시공을 한 점 구체적 사물로 전환시키는 마지막 연이 좋았다. 신기성(新奇性)에 쏠리고 감각의 착종에 매달리는 시류에 휩쓸려 재능을 낭비하지 않고 자기 시를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오세영·장석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