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최진영 지음/248쪽·1만2000원/실천문학사
소설은 살아야 할 이유보다 죽어야 할 이유가 많아 보이는 주인공 원도가 스스로에게 묻는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담았다. 원도는 자신의 인생이 뒤틀린 순간을 찾으려고, 또 죽어야 하는(동시에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간다. 원도의 독백 형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의 이 소설은 영화 ‘박하사탕’을 떠올리게 한다. 방금 원도의 입에서 튀어나온 듯한 짧은 단문이 연속되며 주인공의 날 선 심리를 생생히 보여준다.
부모에게서, 연인에게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부정당하고 그 반발로 ‘원하는 것을 소유하는 그 순간만’을 기다리며 ‘빈틈과 불합리와 부조리가 있는 곳’에서 승산을 찾아온 원도의 지난 삶은 점점 알게 될수록 한 개인의 불행이 아닌 욕망과 경쟁으로 점철된 현대인의 삶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 독자들이 책장을 넘길수록 그가 죽지 않고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