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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동지끼리 총부리… 남수단 다시 분단 위기

입력 | 2013-12-24 03:00:00

대통령파- 前부통령파 종족 갈등… 반군세력, 유전지대 속속 장악
국제 유가 들썩… 브렌트유 급등




내전을 통해 독립을 성취한 남수단이 이번에는 옛 동지들끼리 벌이는 새 내전으로 나라가 다시 둘로 갈라질 위기에 처했다. 15일 시작된 두 부족 간의 내전으로 22일 현재 10만 명 이상의 난민도 발생했다. 수도 주바에서 현 대통령 지지 부족과 부통령 지지 부족 간 교전이 치열해져 미국 등 국제사회가 본격적인 사태 개입에 나섰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반군으로 표현되는 리에크 마차르 전 부통령 지지 부족 누에르족은 나라의 핵심 유전지역인 유니티 주의 주도 벤티우를 점령했다. 국가 재정 수입의 99% 이상을 석유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남수단에선 유전지역 장악이 곧 국가의 실질적 권한을 장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5개월 동안 석유 수출로 남수단이 얻은 재정 수입은 13억 달러(약 1조4000억 원)에 이른다.

수도 주바에서도 수단 최대 부족 딘카족의 지지를 업은 살바 키르 대통령의 부대와 반군 사이의 격렬한 교전이 벌어져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대략 1000여 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올 뿐 정확히 몇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지는 집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래 딘카 부족과 누에르 부족은 남수단이 2011년 수단에서 독립할 때까지 수단인민해방운동(SPLM)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연합했다. 하지만 7월 키르 대통령이 마차르 전 부통령을 전격 해임한 이후 두 부족 사이엔 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됐다. 정부군으로 개편돼 한솥밥을 먹었던 SPLM은 지금 다시 부족별로 나뉘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상황이다. 두 부족은 오랜 내전으로 단련돼 전투력과 무장 상태도 상당히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수단 내전이 격화됨에 따라 유엔은 22일 민간인 보호를 위해 반군이 장악한 파리앙과 보르 등의 도시에 더 많은 유엔 평화유지군을 파병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주 위험 지대의 미국인 380명과 다른 국적 외국인 300명을 대피시켰다고 22일 밝혔다. 전날까지 군인 46명을 파견했던 미국은 이날 45명을 추가로 파견하기로 했다. 남수단과 이웃한 케냐 에티오피아 우간다 지부티 나이지리아는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외교부 장관을 특사로 파견했다. 현재 주바에는 외국인 3000여 명을 포함한 약 4만 명의 난민이 미처 피란을 가지 못해 유엔 평화유지군 캠프 등으로 몰려와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인의 신체와 재산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추가 군사조치를 내릴 수도 있다”고 의회에 보낸 편지에서 밝혀 군사 개입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남수단의 원유 생산도 급감해 국제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남수단과 수단의 총 석유매장량 50억 배럴 중 35억 배럴이 남수단 쪽에 있다. 최근 반군세력이 유전지대를 속속 장악하면서 하루 25만 배럴 수준이던 남수단의 원유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다. 남수단 내 최대 석유개발 투자자인 중국천연가스집단공사(CNPC)는 20일 직원들을 수도 주바로 철수시켰다. 다른 외국계 석유회사 간부도 “교전이 지속되면 유정(油井)을 폐쇄하고 직원들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주보다 2.7% 상승한 배럴당 111.72달러를 기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2012년 평균 배럴당 111달러와 2011년 110달러에 이어 3년 연속 최고치를 갈아 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