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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매달 빠짐없이 대피 훈련

입력 | 2013-11-21 03:00:00

[北 연평도 포격도발 3년]
긴장속 평화… 연평도 현지르포, 3년전보다 인구 400명 이상 늘어
“아직도 천둥 소리에 가슴 철렁”




20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당섬나루터. 초겨울 바닷바람이 거세게 불었지만 주민들은 어선에서 내린 그물에 걸린 꽃게를 떼어내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나루터에서 약 2km 떨어진 남부리 마을은 집집마다 배추와 무를 쌓아놓고 김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느 어촌 마을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었다. 박성원 씨(57)는 “북한이 섬을 포격한 뒤 처음으로 별다른 걱정 없이 연말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반 연평도에는 북한의 포탄 170여 발이 떨어져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죽고 200여 채의 가옥이 불타거나 부서졌다. 지금 3년 전 상흔을 찾아볼 순 없었지만 북한 강령군 개머리 해안포 진지와 불과 12km 떨어진 이곳 주민들은 언제든 그런 재앙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로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있다.

포격 당시 뭍으로 대피했던 주민들은 이듬해 대부분 돌아왔다. 부서진 건물은 지난해까지 말끔하게 보수됐다. 지난해 착공한 통합학교는 마무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내년부터 이 학교에서 유치원을 포함해 초중고교 13학급이 같은 건물에서 수업을 받는다. 100억여 원을 들여 새로 지은 현대식 대피시설 7곳도 지난해 10월 모두 완공됐다. 지난해부터 섬에는 국민성금으로 마련한 승객 35명이 탈 수 있는 첫 시내버스가 마을 곳곳을 운행하고 있다.

정부는 2011년 1월부터 시행된 ‘서해5도 지원 특별법’에 따라 연평도에 6개월 이상 거주하는 무소득 주민에게 매달 1인당 정주생활지원금 5만 원을 주고 있다.

이처럼 섬이 안정을 찾자 연평도로 새로 이주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포격 전인 2010년 섬 인구는 1700여 명이었지만 현재는 2200여 명에 달한다. 관광객도 올 들어 1만3000여 명이 찾아 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관광객들은 연평면사무소 인근 1282m² 터에 있는 안보교육관과 피폭건물 보존구역을 다녀가고 있다. 보존구역에는 당시 포격을 당한 개인주택 3채가 검게 그을려 파손된 채 보존돼 있다.

겉으로는 활기찬 섬이지만 주민들이 3년 전 북한 만행의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연평도가 고향인 6·25전쟁 참전용사 최남식 씨(82)는 “포탄이 떨어진 날 밤 어선을 타고 황급히 섬을 탈출하던 걸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김모 씨(45·여)는 “해병대 사격훈련이나 날씨가 좋지 않아 천둥, 번개가 치면 3년 전이 떠올라 밤새 잠을 설치기 일쑤”라고 말했다. 면사무소에 따르면 당시 도발을 경험한 주민 가운데 60대 이상 노인 등 20% 이상은 불안감과 우울증 등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한 달에 한 번씩 해병대가 해상 사격훈련을 할 때마다 1시간씩 대피 훈련을 갖는 등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정부가 2011년 발표한 ‘서해5도 종합발전계획’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예산지원 부족으로 지난해 추진할 계획이었던 체류형 숙박시설 확충과 낡은 병원선 교체, 어업지도선 개량사업 등은 아예 시작도 못하고 있다.

연평도=황금천 kchwang@donga.com·박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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