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관심을 갖고 많은 투자를 하기 시작한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예상대로라면 현재 국내 소비자들은 기업들의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에 지지를 보내며 ‘착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선호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정반대다.
2013년 세계적 여론조사기관인 글로브스캔(GlobeScan)과 동아시아연구원, 사회적기업연구소의 한국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이 사회공헌에 쏟아 부은 액수는 2011년 3조 원을 돌파하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대기업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조사에서 ‘대기업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44%였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38%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소비자들이 ‘기업의 CSR 활동은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다’라고 답한 비율이 80%에 달했다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그저 이미지 개선을 위한 홍보 활동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말이다.
‘정부가 CSR를 촉진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일종의 규제안 마련에 찬성하는 비율이 84%에 이른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는 2008년 조사에서 이 같은 ‘강제안’ 마련에 찬성했던 소비자들의 비율이 44%였던 것과 비교해도 급격히 늘어난 수치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EAI) 사무국장 hwjeong@eai.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