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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료들이 발로 뛰며 야당 설득… 꽉 막힌 입법 풀어라”

입력 | 2013-11-06 03:00:00

[덫에 걸린 한국경제]<下>경제원로 7인의 제언




“지금이 심각한 위기라는 인식을 갖고 법안 통과는 물론이고 경제 구조 개혁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 경쟁에서 영영 낙오될 수 있다.”

전직 경제부총리 등 경제 원로들은 한국 경제가 “당장의 위기에서 벗어났다며 안심하고 있을 국면이 아니다”라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 대통령과 총리, 장차관들은 발로 뛰는 협상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입법 문제를 푸는 한편 꾸준히 국민과 기업을 향해 ‘경제활성화’에 대한 정부 의지를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그동안 위기 극복에만 치중한 나머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해 온 한국 경제의 구조 개혁에도 바로 돌입해 미래에 닥칠 위기도 함께 대비해야 한다고 원로들은 조언했다.

○ “각료들이 자꾸 언론에 등장해 소통·설득해야”

민주당 국회의원 출신인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경제활성화 입법을 위해서는 야당을 설득해 손을 잡아야 하는데, 정부가 도무지 주고받기 협상을 못 하고 있다“며 “경제민주화가 됐든, 공기업 기관장 인사가 됐든, 야당도 생색을 내고 싶은 점을 일부 들어줘야 하는데 압박만 하고 있으니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도 “지금 정부는 국회에 자료 하나 던져주는 걸 설득이나 소통이라 생각하는 것 같은데 더 성의를 갖고 해야 한다”며 “대안을 내놓고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국무위원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승윤 전 부총리도 “총리나 부총리가 자꾸 TV에 나가서 우리 경제상황이 어떤지를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며 “대통령은 각료들을 앞세워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총리도 자꾸 귀찮게 야당을 찾아가서 협조를 구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의 위기가 평소 규제 개혁을 등한시해 온 정부의 자업자득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번 국회에서 중점추진 과제로 거론되는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벤처기업 지원, 내수활성화 방안 등은 지난 10여 년간 항상 정부의 주요 과제로 거론돼 왔지만 제대로 실천되지 않았다. 현정택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정부가 국회 핑계를 대지만 사실은 정부와 국회가 다 같이 똘똘 뭉쳐서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막고 있다”며 “정부 스스로 규제를 줄이는 게 어렵다면 청와대가 나서서 부처들 간에 규제 개혁 경쟁을 붙이고 그에 맞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 “요즘 경제 나아졌다고 착각하면 곤란”

경제 원로들은 최근 경제가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결코 박수치고 기뻐할 상황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성장세가 회복되는 것이 경제의 체질 개선보다는 정부의 재정 투입과 금리정책, 또 경기 사이클 변화에 기인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요즘 경제는 고무적이긴 하지만 착각하면 곤란하다”며 기업투자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는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만큼 한국에서 가장 우수한 인력이 모이는 보건의료 분야를 산업화해야 한다”며 “대기업 투자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 과격한 노동조합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는 “1.1%라는 숫자(분기별 성장률)가 벌써 두 번 나왔지만 이마저도 한국 경제로서는 그리 좋은 숫자가 아니다”며 “저성장의 질곡을 탈출하기 위해 국가 역량을 한곳으로 몰아주고, 일부 사회적 논란이 있더라도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정책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이헌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작은 정책만으로도 벤처 활성화나 대기업 투자 확대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지렛대 효과’를 정부는 모색해야 한다”며 “기업인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파격적인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로들은 “경제지표는 양호하지만 체감경기가 부진하고, 몇몇 대기업을 빼면 주요 기업의 실적이 줄줄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승윤 전 부총리는 “일본은 정부와 기업, 국민이 일치단결해 앞으로 나아가고 중국도 총리 주도의 경제 구조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며 “지금 방향을 잡지 못하면 영영 낙오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유재동 jarrett@donga.com·홍수용·박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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