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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직업란에 당당히 배우라 쓰는 날을 기다린다”

입력 | 2013-11-06 07:00:00

“당당히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는 이상엽은 MBC 주말드라마 ‘사랑해서 남주나’를 통해 첫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배우로서 자신감을 키우고 있다. 사진제공|싸이더스HQ


■ ‘사랑해서 남주나’서 첫 주인공 활약 이상엽

찌질하지만 밉지 않은 ‘취준생’ 캐릭터
주부 팬들 “취업해야지”라며 인사 건네

박근형 선생님과 연기…나로서는 영광
연인 공현주와 전화로 대사 맞춰보기도


단번에 주인공이 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돌고 돌아서 그 자리에 오르는 이도 있다. 연기자 이상엽(30)은 후자에 가깝다. 오랜 시간이 걸린 건 아니지만 늦은 감도 없잖다. 2007년 데뷔하고 2009년 2년 동안 군 복무한 것을 제외하고는 쉬지 않고 활동했지만 이상엽이란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무대는 지난해 KBS 2TV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다. 이제는 MBC 주말드라마 ‘사랑해서 남주나’의 주인공으로서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사랑해서 남주나’에서 이상엽은 한 마디로 백수에 여자친구 등골 빠지게 하는 캐릭터. 그동안 변호사, 검사 등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있던 극중 인물과는 거리가 멀다.

“점잖게 말하는 연기가 쉽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찌질’하지만 밉게 보이지 않는 캐릭터를 표현한다는 게 어렵다는 것을 새삼 알았다.”

이제 방송 한 달이 지나는 동안 주말드라마라는 이점으로 벌써부터 주부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들은 거리에서 이상엽을 만나면 “취업해야지”라는 말로 인사를 건넨다.

“예전에는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보자마자 휴대폰을 들이대며 사진을 찍는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지금은 그냥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며 웃는다. 심적으로 한결 가벼워졌다.”

줄곧 미니시리즈에 출연해오며 중년 여성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기회가 적었던 이상엽은 ‘사랑해서 남주나’로 팬층을 넓히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또 미니시리즈에 비해 여유를 느끼며 촬영하고 있다고 했다. 긴 호흡이 요구되는 주말드라마는 주인공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미니시리즈에 비해 전 출연자에게 에피소드가 주어질 기회가 많아 더욱 집중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매년 늘어가는 스트레스는 어쩔 도리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연기에 대한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것 같다. 내 연기를 보며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땐 술 마시면서 털어내기도 한다. 하하! 기본적인 골격을 그려놓고 기술자처럼 해내는 계산적인 연기, 대본에 나와 있는 그대로 하는 연기.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자신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이상엽은 자신만의 방법을 찾았다. 스스로 준비하는 것 50%, 현장 느낌 50%를 받아들여 연기에 임한다. 대본 겉표지에도 ‘무조건 스무 번’이라 적어놓고 대사를 반복해 읽는다. 처음으로 드라마 대본을 받아 “포인트라고 생각해 빨간펜으로 동그라미를 쳐놓았던” 대사가 여러 번 봤을 때와 느낌이 전혀 다르다고 한다. “촬영 전에 혼자 100%를 준비하다보면 오히려 내가 원하는 연기가 나오지 않더라”며 숱한 시행착오를 통해 터득한 비법을 전했다.

이 모든 것들이 이상엽 스스로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다. 특히 현재 가장 큰 버팀목이 되는 이는 ‘사랑해서 남주나’에 함께 출연 중인 박근형. 이상엽은 “연기한 지 얼마 안 된 내가 박근형 선생님과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박근형이 추천한 연극도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볼 생각이다.

또 다른 인물은 1년여 교제하고 있는 동료 연기자 공현주. 쑥스러워하며 말하기를 꺼려했지만 “잘 지내고 있다”며 “연기자라서 다 이해해줘 고맙다. 촬영 때문에 자주 만나지는 못해 전화로 대사를 맞춰보곤 한다”며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상엽은 “쉬면 두렵다”며 한동안은 지금처럼 계속 움직이겠다고 했다.

“여행 갈 때 직업란에 배우라고 자신 있게 쓸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학생, 회사원이라고 쓴 적도 있다. 배우라고 쓰는 내 모습을 누가 보더라도 당당하게 느껴지는 날이 빨리 오도록 하겠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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