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17년째 활동중인 자우림은 국내 혼성밴드 중 멤버 변화 없이 꾸준히 음반을 발표하는 최장수 그룹이다. 사진제공|사운드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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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집 ‘굿바이, 그리프’로 돌아온 자우림
‘안나’ ‘디어 맘’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가볍다가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도
김윤아 철저한 자기관리, 보컬 늘 향상
항상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앨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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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발매된 9집 ‘굿바이, 그리프.’는 자우림의 기질과 본질을 명징하게 설명해주는 작품이다. 20년을 내다보는 밴드지만, ‘뻔한 음악’을 만들어놓고도 ‘일관된 색깔’이라 포장하기보다는, 새로운 실험으로 음악욕구을 풀어내고 있다.
자식을 버리는 어느 엄마를 보며 만든 ‘안나’, 자식의 성공에 집착하는 엄마를 살해한 어느 중학생 이야기에 모티브를 얻은 ‘디어 맘’ 등 9집을 여는 1,2번 트랙을 통해 부모의 막중한 책임감에 대한 메시지를 무겁게 던지면서도, 타이틀곡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는 흘러가버린 청춘을 돌아보기도 하고, ‘무지개’를 통해 가벼운 콧노래도 흥얼거리게 한다.
또한 장대한 오케스트라(‘안나’), 가스펠 리듬(‘디어 맘’), 로큰롤 비트(‘님아’) 등의 다양한 사운드를 담고, 릴테이프로 녹음한 ‘님아’ ‘템페스트’ ‘아이 필 굿’에서는 아날로그의 질감을 구현하는 등 다양한 시도로 자신들의 생존을 영위하고 있다. 11곡 중 4분이 넘는 곡이 9곡이나 되고, 연주는 거의 생략하는 요즘 추세와 달리 전주·간주·후주가 분명하며, 록 음악을 다양하게 변주하면서 깊이 있고 장대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3집 이후 밴드로서 자신감도 생기고, 밴드의 매력에도 빠져 4집부터 8집까지는 비우고 덜어내는 작업이었는데, 이번에는 사운드를 밀도 있게 촘촘히 채우고자 했다. 1∼3집에선 자신감이 없어 이것저것 채워 넣었다면, 이번엔 (여러 시도를)다 해봤으니 대중이 듣기에 불편함이 없는 선에서 잘 채워보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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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타고난 보컬리스트가 아니”라는 김윤아는 “체력이 약해” 음주 가무를 전혀 하지 않고, 아침 운동을 하루도 거르지 않는 철저함으로 자기관리를 한다. 이런 김윤아가 늘 자우림의 앨범 작업을 주도한다. 그러나 “각자 작업해온 것을 잘 다듬어 조화시키는” 전작들과 달리 이번엔 멤버들이 모두 한 작업실에 모여 수록곡들을 하나씩 만들어나갔다. 17년 호흡으로 설렁설렁 작업할 법도 하지만, 지휘자 역할을 맡는 김윤아가 녹음작업에서 멤버들에게 “미주알고주알 주문도 하고, 잔소리하는 바람에 멤버들의 싸늘한 시선이 느껴질” 정도로 작업은 고되고 치열했다.
“앨범을 만들고 나면 항상 ‘다시는 못 만들겠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만큼, 녹음과정에서 힘든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앨범을 낼 때마다 ‘마지막’이란 심정마저도 든다. 이번엔 더 심했다. 그러나 ‘우리는 힘들었지만, 듣는 사람은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집중력이 매우 높았다.”
자기혹사를 마다치 않는 치열함. 자우림의 ‘생존의 법칙’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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