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고용정책 두고 재계 볼멘소리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률 70% 달성은 중산층 복원의 핵심이자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며 “현실적인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기업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고 했지만 입을 여는 기업인은 많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민관(民官)이 논의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보자는 게 모임의 취지였지만 사실상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자리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 “일자리 늘리자면서 근로자 보호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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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7일 ‘시간선택제 근로자 보호 및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 법안에 시간선택제 근로자가 불리한 처우를 받지 않게 하는 각종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이 법안이 계획대로 시행되면 기업들은 시간선택제 근로자에게 풀타임 정규직과 동등한 처우를 보장해야 한다.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예산으로 컨설팅, 사회보험료 등을 지원하는 근거도 법에 포함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시간선택제 근로자의 근무여건이 정규직과 동등해져야 이를 선택하는 구직자가 늘어나고 전반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근로시간을 줄이는 데 초점이 있다”며 “처음에는 기업 부담이 다소 늘어나겠지만 점차 생산성이 높아져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이 직원을 위해 지급하는 비용에는 임금 외에도 4대 사회보험, 교통비, 복지비 등 간접 인건비와 직원 관리비용이 포함된다. 기업들이 풀타임 근로자 1명 대신 시간선택제 근로자 2명을 채용하면 이들의 시간당 임금을 정규직과 같게 책정해도 교통수당, 자녀 학자금 같은 간접 인건비는 갑절이 든다.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시간선택제 근로자에게 학자금이나 교통비, 명절 선물 등을 풀타임의 절반만 준다면 큰 반발을 부를 것”이라며 “정부는 기업의 부담 증가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다른 일자리 정책의 효과도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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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결국 기업들은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늘리는 만큼 풀타임 근로자를 줄이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를 선택할 것”이라며 “청년인턴제 등 과거에 실패한 정책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고용률 70% 달성한 선진국의 교훈
재계는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려면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당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경총이 최근 내놓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선진국의 경험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네덜란드 영국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등 6개국이 고용률 70%를 달성한 비결은 규제 완화 및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었다.
2000년대 초반 경직적인 노동시장 탓에 ‘유럽의 병자(病者)’로 불렸던 독일은 2003년부터 해고자보호법 적용 대상을 줄이는 대신 400유로(약 58만 원) 이하의 월급을 받는 ‘미니 잡’ 등 임시직을 확대해 2008년 고용률 70.2%를 달성했다. 특히 독일과 네덜란드는 시간제 근로자가 국가 전체 고용에 기여하는 비중이 40%를 넘어서면서 고용률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 근로시간 단축에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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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