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공사중… 보행자거리 만든다며 60그루 싹둑“신촌의 낭만 사라져” 비판 목소리… 연세대 백양로서도 30여그루 수난
신촌 오거리에서 연세대 정문에 이르는 연세로가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지정된 이후 공사 과정에서 가로수인 은행나무가 사라져 아쉬움을 낳고 있다. 신촌 연세로의 공사 전 모습(왼쪽)과 가로수를 제거한 뒤 공사 중인 모습. 동아일보DB·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그런데 공사 과정에서 서울시와 서대문구가 가로변을 무성하게 덮던 은행나무 60여 그루를 모두 잘라내 논란이 일고 있다. 보도공사 현장에는 어른 허리둘레 정도 두께로 보이는 나무가 잘려 밑동만 남은 흔적이 군데군데 보였다. 나무 그루터기 위에는 ‘보행 주의’라고 쓰인 팻말이 붙어 있었다.
은행나무는 왜 잘렸을까. 대중교통 전용지구 취지에 맞게 차로를 줄이는 대신 인도 폭을 기존(2∼3m)의 두 배 수준인 7∼8m로 넓히게 되면 길가에 있던 가로수가 인도 중앙을 차지해 통행을 방해한다는 것. 인근 상인들이 가을철 떨어지는 은행나무 열매가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며 민원을 제기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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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은행나무의 수난은 비슷한 시기 연세대 캠퍼스 안에서도 벌어졌다. 지난달 연세대가 백양로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고 지상에 광장을 조성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하는 과정에서 은행나무 30여 그루를 뽑아냈다. 학교 측은 은행나무를 다른 캠퍼스에 옮겨 심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마지막 남은 은행나무 한 그루를 지키기 위해 이 학교 교수들이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는 등 학내에서 백양로 지키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신촌에 얽힌 추억이 있는 사람들은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낸 것에 대해서 아쉬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보행자를 위한 길을 조성하면서 나무를 보행의 장애물로 여기는 것은 꽉 막히고 단선적인 사고방식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대학생 손모 씨(24)는 “가을철 신촌로와 연세로의 낙엽은 ‘신촌’ 하면 떠오르는 풍경 중 하나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나무들이 사라져 황당했다”며 “보행자를 위한 거리를 만든다면서 잘 자란 나무를 베어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의문이다. 서양에는 넓은 인도 한가운데 나무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신촌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모 씨(55)는 “은행나무가 보기에는 좋아도 가을철만 되면 은행 냄새 때문에 불쾌해하는 손님들이 꽤 있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