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부, 완화의료 대책 내년 시행
형은 가족과 친구 곁에서 삶의 마지막을 보냈다. 좋아하던 술도 실컷 마셨다. 그렇게 행복한 한 달을 보내고 편안히 눈을 감았다. 이 씨는 “어차피 맞을 죽음인데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값비싼 진료비를 내고 고통스럽게 죽기보다는 형처럼 눈을 감고 싶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이 씨처럼 편안한 죽음을 맞고 싶어 하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완화의료 활성화 대책’을 9일 발표했다. 내년에 암 관리법을 개정하고 시행할 계획이다.
말기 암은 치료를 해도 근본적으로 회복되지 않고, 몇 개월 내에 환자가 숨질 걸로 예상되는 상태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사망자 4명 중 1명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대다수 암환자는 사망 3개월 전에 그해 의료비의 절반(50.4%)을 쓰고 숨을 거둔다.
완화의료는 이런 말기 암환자가 신체적인 고통을 덜 느끼고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편안히 죽음을 맞이하도록 돕는 걸 목적으로 하는 의료 서비스다. 복지부는 앞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팀(PCT)’ 제도를 도입하고, 팀 운영근거와 세부기준을 법에 명시하기로 했다.
완화의료팀은 병원 내 공식 조직으로, 전용 상담실과 별도 운영공간을 갖춰야 한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팀원이 된다. 성직자나 심리치료사도 포함될 수 있다. 상급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기관 평가 내용에 완화의료팀 항목이 신설된다.
가정호스피스 완화의료 제도도 생긴다. 완화의료 전문기관과 연계해 말기 암 환자를 위한 ‘가정 방문팀’을 만드는 식이다. 팀에는 완화의료 병동에 3년 이상 근무한 사람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전담 간호사’가 최소 1명 포함된다. 의료진의 도움으로 가정에서 완화의료 서비스를 받으면 환자가 심리적으로 안정될뿐더러 가족의 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 말기 암환자 위한 전문기관 확대
국내에서 암으로 숨진 환자의 완화의료 이용률은 2011년을 기준으로 11.9% 수준이다. 정부는 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 등 지역거점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완화의료 전문기관을 늘리기로 했다. 현재 39개 지역거점 공공병원 중 완화의료 기관은 6개 기관에 불과하다.
정부는 앞으로 지역거점 공공병원이 신축 또는 증개축을 할 때,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상을 신설하거나 관련 시설을 개선하는 데 예산을 먼저 투입하기로 했다.
○ 건보 수가 별도 신설
완화의료를 위한 별도의 건강보험 수가도 책정된다. 현행 건강보험은 의료서비스의 양과 종류가 많을수록 진료비가 많이 지급되는 ‘행위별 수가’를 토대로 한다.
말기 암환자는 의료서비스를 많이 제공한다고 해서 호전되거나 통증이 줄지 않는다. 상담 미술 음악을 통한 치료도 가능하지만 이런 서비스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았다.
말기 암환자에게 덜 필요한 검사나 수술은 억제하면서 진통 조절 약물이나 처치는 적극 활용하도록 설계하기 위해서다. 호스피스 완화의료팀과 가정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해서도 적정한 수가를 연구한 뒤 책정할 예정이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