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 재연기 요청說에 4.2% 증가 그친 내년 국방예산안보기반이 흔들리면 경제 성장도 복지도 어려워져朴대통령 정권안보 유혹 털어야 부친 못이룬 자주국방 재건 가능
김인규 한림대 교수·경제학
미국은 박 전 대통령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비롯한 자주국방 노력을 아주 못마땅해했다. 미국은 전두환 정권의 취약한 정통성을 빌미로 자주국방의 산실인 국방과학연구소(ADD)의 대폭 축소와 미사일 개발팀 해체를 요구해 관철시켰다. 참수리의 날개가 접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날개 접은 참수리를 닭으로 변모시켰다. 거짓 평화에 속아 나는 걸 포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술 더 떴다. 우리의 부족한 전력을 메워 주던 미군더러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넘기라고 요구했다. 한국의 좌파(左派)정권에 넌더리를 내던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미 국방장관은 가져가라고 했다. 2007년 초, 김장수 당시 국방부 장관(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012년 전작권 전환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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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2년 전작권 전환이라는 숙제를 2015년 12월로 연기해 차기 정권으로 떠넘겼다. 노무현 정부 때 연평균 8.8%이던 국방비 증가율은 5.3%로 하락했다. 그래도 군 고위층은 조용했다. 노무현 정권 때처럼 국가안보 호위무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줄곧 2015년 전작권 전환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 약속을 재확인했다. 그런데 정상회담 직후 그간 전환의 차질 없는 추진을 장담하던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을 만나 전환 재(再)연기를 몰래 요청했다는 소식이 미국으로부터 흘러나왔다. 국민의 뒤통수를 친 셈이다. 이에 대한 사과와 더불어 왜 재연기가 필요한지 떳떳하게 밝혀야 한다.
한미 관계 전문가인 미국의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재연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한다. 미 국방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재연기를 반대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시리아 공습 포기에서 보듯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미국 여론이 나빠지고 국방부가 계속 반대하면 재연기 논의를 포기할지도 모른다.
그린 부소장은 재연기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한국 측 고위 인사는 국회 국방위원장인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정도라고 평가한다. 유 위원장은 재연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직시하고 우선 북한 핵미사일 요격 능력부터 갖추라고 주문한다. 그는 재연기 논의가 자주국방 예산을 복지로 전용하는 수단으로 전락해 첨단 전투기와 이지스함 도입을 늦추게 될까봐 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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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라는 기반 위에 경제가 있고 그 위에 복지가 있다. 안보 기반이 흔들리면 성장도 복지도 어려워진다. 지금 당장은 경제에 다소 부담이 가고 복지를 미뤄야 하더라도 국가안보부터 튼튼히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 대통령은 단기적 정권안보의 유혹을 물리쳐야 한다. 그래야 아버지가 못다 이룬 참수리처럼 날아오르는 자주국방의 재건이 가능하다.
김인규 한림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