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와이어스, ‘크리스티나의 세계’, 1948년.
어느 날 와이어스는 크리스티나가 들판을 기어가는 모습에 감동을 받아 이 그림을 그렸다. 홀로 들판에 버려진 크리스티나가 언덕 위에 있는 자신의 집을 향해 기어가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관객이 그녀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도록 화면을 구성했다. 먼저 구도는 원근법을 적용해 언덕 위 멀리 보이는 곳에 집을 배치했다. 걷지 못하는 그녀가 달팽이처럼 느린 속도로 기어가야만 도달할 수 있는 먼 곳에 집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집은 사랑, 안식처, 희망을 뜻하고 비탈진 언덕은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냉혹한 현실을 의미한다. 다음은 땅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시점을 선택했는데 다리를 쓰지 못하는 크리스티나의 눈높이를 반영한 것이다. 끝으로 뒷모습을 그렸는데 크리스티나의 고독한 심정을 나타낸 것이다.
“라틴어에서 파생된 동정이란 단어는 타인의 고통을 차가운 심장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정심을 갖는다는 것은 타인의 불행을 함께 겪을 뿐 아니라 환희, 고통, 행복, 고민과 같은 다른 모든 감정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감정의 여러 단계 중에서 동정심은 가장 최상의 감정이다.”
이 그림이 왜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려준 셈이다.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느끼는 동정심을 완벽하게 그림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 협회장